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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강의 LIKE A MOVIE] 베일리 어게인

영화
영화 '베일리 어게인'

*관련영화: #하치이야기 #개같은내인생 #말리이야기 #벤지 #나는고양이로소이다

*명대사: "인간들은 복잡해. 개들이 이해할 수 없는걸 하니까. 이별 같은 거"

*줄거리: 귀여운 소년 '이든'의 단짝 반려견 '베일리'는 행복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다시 시작된 견생 2회차, 아니 3회차?! 1등 경찰견 '엘리'에서 찰떡같이 마음을 알아주는 소울메이트 '티노'까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성별과 생김새, 직업(?)에 이름도 바뀌지만, 여전히 영혼만은 사랑 충만! 애교 충만! 주인바라기 '베일리'는 어느덧 견생 4회차가 되었다. 방랑견이 되어 떠돌던 '베일리'는 마침내 자신이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영화
영화 '베일리 어게인'

'개같은 내인생', '하치 이야기'에 이어 스웨덴 감독 라세 할스트롬이 다시 한 번 인간과 개의 교감을 다룬 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은 W. 부르스 카메론이 쓴 소설 'A dog's purpose'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미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을 뿐 아니라 52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였다. 국내에서도 2014년에 '내 삶에 목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된 바 있다.

개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계관, 환생이라는 상상력, 반려견과 주인이 주고받는 따뜻한 교감이 공감을 자아냈고, 소설은 출판되기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소설의 저자 W. 부르스 카메론은 키우던 개를 잃고 힘들어하던 여자친구를 위로해주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소설의 가능성을 믿은 저자는 교정 단계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수장으로 있는 엠블린 엔터테인먼트로 보냈고, 바로 긍정적으로 진행해보겠다 답을 얻어냈다.

'베일리 어게인'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환생을 거듭하는 개가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다. 특이한 점은 이 견공이 무려 4번이나 다시 태어난다는 점이다.

영화는 삶의 이유는 뭔가? 내가 태어난 이유는? 삶의 목적은 뭘까? 매일매일이 즐겁다면 그게 목적일까?"라는 베일리의 독백으로 문을 연다.

리트리버 종의 베일리는 한 불량배에게 붙잡혀 차 안에 갇힌다. 탈진한 그를 어린 소년 이든이 발견하고, 그의 엄마 엘리자베스가 창문을 깨 구해준다. 아버지 짐은 지저분해진다며 베일리를 반기지 않았지만 엘리자베스와 이든의 뜻을 따르기로 한다. 베일리는 말썽을 피우기도 하지만 이든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다. 이든은 베일리와 함께 성장한다. 베일리의 도움으로 여자친구 한나와 사랑에도 성공했고, 미식축구 장학생으로 명문대에도 합격한다. 그러나 행복했던 세월도 흐르고 흘러 이든은 노쇠한 베일리의 죽음을 보게 된다. 그 후 베일리는 셰퍼드, 웰시코기, 세인트버나드 등으로 계속 환생하며 제각기 다른 네 가지 견생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엘리라는 이름의 경찰견으로 경찰 카를로스의 수사를 돕던 삶, 외로운 여성 마야의 유일한 벗이 되어주는 삶을 거쳐 네 번째 환생에서 떠돌이 방랑견으로 삶을 맞는다. 정처없이 떠돌던 그는 익숙한 냄새를 발견한다. 마침내 베일리가 이렇게 삶을 이어온 이유를 깨닫게 된다. 네 번의 여정, 그 끝에 베일리가 찾는 삶의 목적이 비로소 이해되는 것이다.

영화
영화 '베일리 어게인'

이 작품은 개와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을 현실적으로 담아냈을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예정된 이별에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를 '환생'이라는 설정으로 보여준다.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이 인간과 반려견의 우정과 끈끈한 인연을 보여주는 데에 그쳤다면, 이 영화는 환생을 통한 존재론의 철학적 은유까지 담고있다.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가운데, 베일리는 매번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통해 부단히 새로운 세계를 형성해 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하이데거의 유한성의 철학을 뼈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 즉, 죽음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세계인 것. 그래서 베일리는 생을 거듭하며 자신의 본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어간다. 전생의 기억을 유지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으로부터 배우며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베일리 어게인'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철저히 개의 시점에서 보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복잡한 은유를 쓰지 않고 40~50개 정도의 단어를 통해 의사를 이해하고 전하는 개의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체계를 단순화하고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복잡한 논리체계를 가동시키지 않는 대신 감정체계는 섬세화되었다. 베일리는 항상 주인 곁에서 그의 기쁨과 슬픔을 유심히 살피고 눈치본다. 마치 주인의 행복이 그의 삶의 이유인 듯 행복해한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이미 <개 같은 내 인생>(1985), <하치 이야기>(2009)로 개에 대한 이야기를 두번 다룬 바 있다. 1985년 개봉한 <개 같은 내 인생>은 아카데미 45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그만의 특유의 분위기와 휴먼 드라마의 역량을 알리게했다. 그 후 강산이 몇 번 변했지만, 라세 할스트롬의 탁월한 스토리 텔링은 녹슬지 않았다. '베일리 어게인'은 개처럼 던져져 인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개같은 내인생'과 연장선상에서 관객을 따뜻하게 녹이고 눈물로 녹다운 시킨다. 라세 할스트롬은 캐스팅된 네 마리의 개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신뢰를 쌓아가며 개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즉흥연기를 기다려 한 씬 한 씬 완성시켰다.

영화
영화 '베일리 어게인'

개는 죽어서도 주인이 오길 기다린다고 한다. 베일리는 주인이 집 밖으로 나가면 하루종일 문 앞에서 지키고 기다린다. 우리네 반려견의 모습과도 똑같은 모습이다. 불교적 환생이나 하이데거의 존재의 이류를 반추하려하지 않아도, 그저 주인을 향한 반려견의 눈빛만으로 충분히 우리의 눈시울은 붉어지게 된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은 희노애락을 함께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가야하는 반려동물과의 인연에 대해 따뜻한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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