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효성 없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서민들은 마스크도 못낀채 생업에 허덕여

6일 대구경북 전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지만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수치는 하염없이 치솟았다. 저감조치는 그저 시늉에 그칠 뿐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날에도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공기청청기와 미세먼지 마스크값이 부담스러운 서민들은 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는 수밖에 없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두 번째
대구에 두 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된 6일, 공공기관 차량 2부제는 대체로 잘 지켜진 편이었다.

한 공공기관 주차장 관리원은 "미세먼지가 연일 화제가 되다 보니 대부분 차량 2부제를 준수하고 있다"며 "일부 시민이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취지를 설명하면 이해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달성군 다사읍 대구시폐기물에너지화(SRF)시설을 운영하는 대구그린에너지㈜는 이날 보일러 가동률을 30% 줄였다.

하지만 비상저감조치에 동참하지 않는 시민들과 공사현장도 상당수였다. 매연을 내뿜는 5등급 경유 차량은 이날도 도심을 달렸다. A(53) 씨는 "하루 일당 10만원을 벌기 위해 위반이지만 차를 끌고 나왔다. 앞으로 단속이 시작되면 그땐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공사장 공사시간 50% 단축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구 서구 평리동 서부경찰서 신축공사 현장 관계자는 "중간중간 쉬기 때문에 공사시간 단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시환경자원사업소는 이날 비산먼지 발생이 상당한 도로 주변 잔디 제초작업을 벌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마스크 살 돈도 아껴야 하는 서민들

대구 중구 성내 2동 쪽방촌에 있는 한 여인숙에 들어서자 두 평 남짓한 좁은 방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공기청정기는 꿈도 못 꾸고, 개당 몇 천원씩 하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매일 사용하는 것도 사치다.

성내 2동 한 쪽방에서 사는 B(60) 씨는 "답답해서 세뼘쯤 되는 창문을 늘 열어놓고 살았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닫고 산다"며 "기침이 너무 심해 생수라도 끓여 가습기처럼 사용하고 싶지만 가스비도 아까워 그냥 견디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쪽방촌 주민 C(62) 씨는 "다들 공기청정기나 마스크를 산다고 난리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비싸 엄두조차 낼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도 맨몸으로 미세먼지를 견디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수성구 한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는 노인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무방비 상태였다.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마스크를 충분히 구비하지 못해 개별적으로 요청한 노인에 한해서 지급했다"며 "구청에서 마스크 지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상 마스크 낄수가 없어요"

집배원, 상가 점원, 고속도로 톨게이트 직원 등 상대적으로 장기간 야외근로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도 없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야외에서 고객대면이나 말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탓이다.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대구시청 인근에서 만난 우체국 집배원 김정현(43) 씨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경계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 미세먼지 속에서도 낄수가 없다"고 했다.

동성로에서 만난 일본어 통역 안내사 이혜정(40) 씨도 역시 마스크는 딴 세상 얘기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사정을 잘 모르고 여행을 오다 보니 많이 힘들어한다. 마스크를 어디서 사야 하냐는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차 안에서 일하지만 수시로 문을 열어야 하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항 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회사에서 별도의 지침도 없고, 고객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어 마스크를 끼지 않는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에게도 마스크는 사치품이다. 포항 죽도시장 한 상인은 "마스크를 끼고 있으면 오던 고객도 도망가는데, 어떻게 끼고 있을 수가 있겠느냐"며 "건강이 나빠지더라도 하나라도 더 파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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