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황제가 일본인의 뒤틀린 역사인식을 초래한다"

'평화주의' 연구 다카하시 데쓰야 일본 도쿄대 교수 인터뷰
"'천황 직속 조선총독 통해 식민지배·강제동원'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연호제는 '천황의 시간 지배' 의미…아베정권 정치적 이용 시도 걱정"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62) 도쿄대 대학원(철학) 교수가 지난 22일 도쿄(東京) 메구로(目黑)의 도쿄대 고마바(駒場) 캠퍼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사상, 정치철학 등을 탐구한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 진보 진영의 행동파 학자다. 평화주의를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명으로,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전후 책임론 논쟁에서 좌파 논객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62) 도쿄대 대학원(철학) 교수가 지난 22일 도쿄(東京) 메구로(目黑)의 도쿄대 고마바(駒場) 캠퍼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사상, 정치철학 등을 탐구한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 진보 진영의 행동파 학자다. 평화주의를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명으로,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전후 책임론 논쟁에서 좌파 논객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천황(天皇)제'는 '만세일계(萬世一系)'라는 학문적인 근거가 없는 신화가 포함된 제도입니다. 역사 인식 차원에서도, 민주주의의 원칙인 신분제의 폐지라는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는 제도입니다."

일본 진보 진영의 행동파 학자인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62) 도쿄대 대학원(철학) 교수는 지난 22일 도쿄(東京) 메구로(目黑)의 도쿄대 고마바(駒場) 캠퍼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천황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천황(일왕)의 전쟁 책임에 대한 지적은 일본 내에서 터부시되고 있지만, 식민지 지배와 강제 동원 등이 천황 직속이었던 조선총독을 통해 행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사상, 정치철학 등을 탐구한 다카하시 교수는 평화주의를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한명이다. 일본 내 역사 수정주의·전후 책임론 논쟁에서 진보 논객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천황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 '천황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역사인식의 문제다.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리버럴(liberal·진보적)'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쇼와(昭和)천황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결국 할 수 없었다. 일본 사회의 뒤틀린 역사 인식이 천황제에 남아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의 원리인 신분제의 철폐 차원이다. 천황제에는 황족(皇族)의 인권을 제한한다는 의미도 있다.

-일본 사회에서 천황제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크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천황제를 역사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지적인 노력, 즉 교육과 공부가 필요한데, 일본의 학교에서는 그런 비판적인 시각을 가르치지 않고 있고, 일본 사회에서는 그런 인식을 공유할 장소도 마련돼 있지 않다.

-연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연호에 대해 무감각하게 마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연호는 원래 중국 황실이 공간 뿐 아니라 시간도 지배하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것이다. 연호에 기뻐하는 것은 천황에 의해 시간이 지배되는 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레이와 시대에 한일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우선, 아베 정권과 같은 역사인식이 계속되는 한, 한일 관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베 정권은 남북 관계도, 북미 관계도 잘 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 전쟁종결과 비핵화를 지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 상황은 정부가 군비 확장을 꾀하는 데 좋은 핑계가 되니 일본의 평화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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