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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에 얽힌 이야기 ⑮눈 감고 지휘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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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자는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도록 리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휘자의 표정과 몸짓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이끌어낼 때 매우 중요하다. 지휘봉을 든 오른손은 박자를, 왼손은 감정을 표현한다. 정해진 지휘 몸짓은 없지만, 보편적인 제스처로 대화를 나눈다. 포르테(세게)는 왼손바닥을 펴 위쪽을 향하게 하고, 피아노(약하게)는 반대로 왼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는 식이다.

세계 최고의 악단 '베를린 필'을 35년간 이끌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은 명상에 잠긴 듯 눈을 지그시 감고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휘자는 단원들을 보고 지시를 해야 하고 때로는 강렬한 눈빛으로 긴장도를 높여야하기 때문에 눈은 손과 함께 가장 중요한 지휘의 수단이다. 하지만 카라얀은 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두 팔만 사용한다.

카라얀은 지휘를 할 때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뒤돌아서 단원들을 한번 살펴본 후 지그시 눈을 감고 양손을 천천히 들고는 공연장에 정적감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는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절제된 동작으로 음악을 연주해나간다.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눈을 뜨지 않는다. 한 시간짜리 교향곡은 물론이고 세 시간짜리 오페라를 연주하는 데도 악보 한번 보지 않는다. 그의 절제된 몸짓과 표정에 연주자와 청중은 최면에 걸린 듯 옴짝달싹 못하고 빨려 들어간다.

카라얀의 이러한 독특한 지휘법은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악보를 통째로 외워 기억하는 '암보(暗譜) 지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더욱 집중시키며 자신의 절대적인 권위를 표현하려는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카라얀은 개별 악기 소리는 물론 모든 악기가 어우러지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음을 구별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그는 절대음감(소리 높낮이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 눈을 감고 악기별로 연주하는 음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휘 도중 눈을 감으면 음악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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