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며 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대구의 주요 무역상대국은 아니지만 사태가 심각해지거나 장기화될 경우 의료기기·섬유 등 일부 업종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란 무역비중 크지 않지만 일부 산업 타격
6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대 이란 수출은 1천830만7천달러로 수출국 중 42번째 비중을 차지했다. 경북은 같은 기간 수출액이 1천590만달러로 대구보다 다소 적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해 이란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대구경북의 대 이란 수출은 2018년보다 각각 56.9%, 91.7%씩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란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일부 업종이나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심각해 질 경우 직접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이란 수출 비중이 높은 의료기기다. 의료기기 품목은 작년 기준 1천395만8천달러를 이란에 수출해 대구 대(對) 이란 수출의 76.2%를 차지했다.
대구 서구에서 임플란트 제품을 생산하는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중동 수출국 중 이란이 가장 큰 시장"이라며 "현재도 10만 달러 어치 대금 결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전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란으로 직접 수출하진 않지만 중간도매상을 거쳐 수출하는 기업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더 커진다.
지난해 중동 시장에 1천만달러 이상의 의류를 수출한 대구 소재 한 의류 제조업체 임원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국 도매상을 경유해 수출하는데, 이란이 주요 소매시장"이라며 "특히 해상 물류에 의존하고 있다보니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운반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유가 상승으로 경제전반 악영향 불가피
섬유 업계를 중심으로 원자재 수급 우려도 제기된다. 생산 비중이 큰 폴리에스터 섬유가 석유 원료로 생산되는 탓이다. TK케미칼, 휴비스 등 국내 업체가 생산한 폴리에스터 실을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 섬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원사 가격은 즉각 오르는데, 이후 국제 유가가 내려가더라도 실제 원사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려 부담이 크다"며 "지금도 영업이익률이 1% 수준으로 매우 낮은데 더 떨어지면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석유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원유 재고 가치가 올라 정유사 실적이 개선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업계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대구 석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으로 석유 수요가 하락해 업계가 침체됐는데 이란 사태까지 지속되면 결국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은 대금 결제나 통관 절차 지연, 현지 바이어 구매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유가가 오를 경우 업종에 관계없이 전반적인 물류비용 상승 등의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중앙정부의 대응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며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기업 안정자금 지원이나 비용상승분 보전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