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에서 전염병은 전쟁과 함께 가장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인류를 가장 혹독하게 했던 전염병은 페스트로 불리는 흑사병이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줄었다는 흑사병에 대한 공포는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회자되고는 한다. 수세기가 지나서도 마치 공포의 DNA가 되어 사람들의 기억에 심어져 있는 듯하다.
역사상 첫 전염병은 기원전 430년경 유행했던 '아테네 역병'이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대륙에 일부러 퍼트린 천연두, 50만 나폴레옹 군대를 무력화시킨 발진티푸스, 유럽 인구 4분의 1을 희생시킨 결핵 등등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염병들은 루이 파스퇴르의 백신 발명이나 알렉산더 플레밍의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 이후 더 이상 인류를 괴롭히지 못했다. 하지만 인류가 지속되는 한 전염병과의 싸움은 끊임없이 이어질 듯하다. 20세기 가장 무서운 병이 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등 시대가 변하면서 전염병의 양상도 변하고 있고 인류도 이에 대응하는 치료법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이는 의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들의 DNA에 잠재된 전염병의 공포를 일으켜 세웠다. 우한 현지 사망자만 362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에도 확진자만 15명(3일 기준)이며 격리 조치된 사람이 87명이다. 정부에서도 사태를 주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통해 확산 방지 대책을 세웠다. 개인의 예방 수칙을 위해 꼭 필요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생기고 크고 작은 행사들도 대부분 취소되고 있다. 이런 신속한 대응은 지난 역사 속에서의 경험도 분명 한몫할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늘 빛나는 것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정신이다. 중국 우한의 의사들과 그들을 돕는 많은 사람들의 미담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얼마 전 우한에 있는 우리 교민들이 전세기를 통해 입국했을 당시, 격리 조치될 지역의 몇몇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다. 물론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을 피해 고국으로 돌아온 동포를 내치는 모습에 꽤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다행히 정부의 철저한 격리 조치를 믿고 지역민들이 받아들이자 많은 국민들이 환호하고 격려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끈끈한 민족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유럽에 흑사병이 일어났을 때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사는 희생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다가 불과 23세에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일부 성직자들은 '마녀칙령'이란 걸 만들어 무고한 여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전염병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한 경제 위기, 심지어는 가뭄과 홍수 같은 천재지변이나 불임이나 남성들의 발기부전까지도 마녀들의 짓이라고 몰아세웠다. 한 시대 똑같은 전염병에 노출됐을 때 대처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한 21세기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전염병이 돌 것이고 누군가는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자신의 두려움과 공포를 다른 이들의 희생으로 벗어나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아직까지는 약이 없기 때문에 개인의 면역력이 중요하다고 한다. 서로 사랑하고 남을 도울 때 사람의 면역력이 가장 강해진다고 한다. 면역력을 키우기에 적당한 날들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