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원로시인 영산 이민영(93) 옹과 이정도(79) 경북대 명예교수(경영학과)가 각각 새 시집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를 향한 열정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강따라 세월따라]
이민영 지음/ 은광 펴냄
영산 이민영 옹의 시집 '강따라 세월따라(은광 펴냄)'는 등단 60주년을 맞아 그동안 쓴 시 중에서 골라 꼽아 모았다. 이 옹은 대구 원화여·중고 교사 시절이었던 1959년 3월 첫 시집 '잃어버린 체온'을 출간했다. 그리고 그해 7월 청마 유치환 선생의 추천으로 교양지 사상계에 '알'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발을 정식으로 내딛었다.
작품 '알'은 시집 '강따라 세월따라'의 2부 '꽃과 메아리'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어머니 뱃속 같은 시간을 베고/ 모록모록 속으로 크는/ 알이고 싶다//
시원(始原) 이전의 목숨을 덮고/ 새록이 날개 접은/ 한 개의 알//
바깥은 저리 비가 내리고/ 찢기운 시간으로 무너지는데……〈이하 중략〉
이 옹의 60년 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첫 시집 '잃어버린 체온' 출판기념회이다. 당시 교장선생님이자 시인이신 창주 이응창 선생이 대구 시내 다방에서 각별히 준비해준 특별한 행사였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비마저 지척지척 내리는 날씨 탓에 썰렁한 행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귀인이 비에 흠뻑 젖은 채 나타났다. 한솔 이효상 선생(당시경북대 물리대 학장, 훗날 국회의장을 지냄)이었다. 학연, 지연은 물론 아무런 연결이 없는 한솔 선생의 출현으로 분위기는 활기를 띠었고, 주위의 권유로 한솔 선생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이 책을 받은 것이 어제입니다/ 이 책도 그렇고 그런 것이러니/ 한 장 넘겼습니다/ 밤이 점점 깊어갑니다/ 아침이 왔습니다/ 오늘은 비가 몹시 옵니다/ 나는 오는 비를 다 맞았습니다/ 나는 여기 와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 아주 기쁨니다" 〈요약된 말씀〉
165쪽, 비매품(200부 한정판). 033)264-4035.
[열정과 행복]
이정도 지음/ 문화예술사 펴냄
이정도 경북대 명예교수(경영학과)는 첫 번째 시집 '코뿔소의 열정'과 두 번째 시집 '바람과 노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집 '열정과 행복'을 선보였다. 이 교수는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그 속에서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고, 어떤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열정과 지혜를 집중하는 과정을 시로 나타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열정과 행복'에 담긴 작품들은 현대시의 병폐 중 하나로 지적되는 모호한 표현이나 난해한 시구가 없어 굳이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일기(문학예술 발행인) 시인의 평가이다. 이 교수는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하여 열정과 지혜 그리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이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다"라고 강조한다.
오랜 세월 흘러가도/ 꿈적도 않고 자기자리 지키며/ 말없이 자라는 나무/ 변함없는 바위/ 그 모습을 닮고 싶다/ 〈시 '목석같이'의 일부〉 165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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