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인포데믹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대규모 감염병이 한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 감염병 통계나 예측 모델을 통해 성장률 감소 등 부정적 효과를 전망해볼 수는 있다. 최근 확산 중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등 아시아 각국 기업의 휴업 장기화나 인구 이동 감소에 따른 급격한 소비 위축은 눈에 바로 보이는 경제 위기 현상의 하나다.

감염병의 범위가 한 국가나 지역에 국한된 '유행병'(Epidemic)일 경우와 전 세계적 대유행을 일컫는 '팬데믹'(Pandemic)일 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변수 중 하나가 '대중 심리'다. 과도한 불안 심리가 경기 위축이나 금융시장 혼란을 더 증폭시킨 사례는 2003년 사스(SARS)나 2012년 메르스(MERS) 사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감염병 역사에서 보듯 인간의 불안 심리는 허위 정보나 과장된 루머가 촉발시키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세계적인 질병이나 경제 공황 등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인포데믹'(Infodemic)에 따른 파장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감염병'으로 풀이되는 인포데믹은 정보와 유행병의 합성어로 처음에는 금융 용어로 쓰였지만 유튜브·SNS 등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해 잘못된 질병 정보가 급속히 퍼져나가는 현상도 포함한다.

이 용어는 세계 1%의 권력층 집단을 분석한 책 '슈퍼클래스'의 저자이자 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 상무부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2003년 처음 언급했다. 그는 정보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특히 가짜 뉴스는 큰 피해를 낳게 된다며 인포데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포데믹'에 대해 우려하는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고, 아시아 각국 정부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둘러싼 가짜 뉴스를 엄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포데믹의 폐해가 매우 큰 편이다. 영어의 '데믹'(~demic)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사람들'을 뜻하는 데모스(demos)로부터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질병과 위기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포데믹의 피해자 또한 사람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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