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액'(扁額)은 건물의 문과 처마 사이에 글씨를 새겨 붙인 나무판이다. 한 마디로 건물이나 방과 집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편액의 글씨는 단순하게는 건물의 명칭과 건물의 성격을 표시하기도, 건물의 장식을 위한 의미도 포함하고 있지만, 편액에 새긴 글귀는 매우 함축적이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건물주의 의리, 정감을 문학과 예술의 형식으로 표현하거나 이를 외부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등 편액에 새겨진 글자 하나하나에 철학과 사상을 함축시켜내고 있다.
이 때문에 편액의 뜻을 알면, 건물을 지었거나, 건물에 살아가는 사람의 생각과 사상, 철학,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기록적 의미를 담고 있다.
◆편액, 건물의 기능과 의미·건물주의 가치관 함축
모든 건물에 편액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왕궁의 전각, 국가기관에 속한 건물 등과 사찰의 전각, 사대부가의 건물 등에 주로 편액을 게시해 건물의 성격을 표시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광고의 목적을 가진 편액을 게시하기도 했다.
건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편액에는 보통 '정'(亭), '루'(樓), '당'(堂), '재'(齋), '헌'(軒), '사'(祠), '각'(閣), '전'(殿) 등의 호칭으로 건물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건물의 중건, 중수, 중창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개념이 여러가지 의미로 받아들여 지면서 구별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편액의 글씨는 건물에 상응하는 최고의 글씨로 장엄하게 장식하고자 했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 문필가, 학자 등의 글씨를 편액에 그대로 옮겨 서예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큰 글씨들이 편액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편액의 글씨에는 당시에 유행했던 글씨체는 물론 당시의 시대사조와 시대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안동시, 아·태기록유산 편액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건물의 현판인 '한국의 편액'이 2016년 5월 17일 베트남 후에시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위원회(MOWCAP) 총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를 확정지었다.
이날 등재된 한국의 편액은 189개 문중과 서원에서 기탁한 553점이 포함됐다.
편액은 건물의 기능과 의미, 건물주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3~5자 정도로 함축해 반영하는 기록물이다.
편액을 바라보는 대중에게는 건물의 공간이 상징하는 뜻을 시각에 호소해 전달하는 예술품이기도 하다. 편액 글씨 한 자 한 자에 조형적 특성과 예술적 가치는 물론 건물 기능과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이 쓴 필적을 목판에 새겨 건물에 걸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이 온 힘을 쏟아서 쓰고 정확한 연대를 새겨 놓아 서법 변천도 알 수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이 세운 도산서당에서 공부하던 유생들이 기거했던 지금의 대학 기숙사격인 '농운정사' 동쪽 방에는 '시습재'(時習齋)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현판 글씨는 퇴계 선생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퇴계가 후학을 가르치던 서당 입구에 내건 현판 '도산서당'도 퇴계 친필이다. 이 현판들은 도산서원 운영위원회가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것이다.
편액의 글씨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과 사유체계를 표현한 것으로, 은둔과 이상사회의 추구, 학문을 통한 사회적 모순의 극복, 수양을 위한 내면세계를 추구하고자 한 조선 선비문화와 선비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글씨는 당대의 국왕, 명필, 문인·학자들이 남긴 것으로, 필적 안에는 제작 당시의 시대정신과 가치관, 서예가의 예술혼이 담겨 있다. 종합적으로 편액은 유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동양의 전통 인문정신과 글씨의 예술적 가치가 동시에 포함된 상징물이다.
이상일 안동시 문화재연구팀장은 "편액은 우리 고유 전통문화유산으로서 가치와 의미가 심대할 뿐 아니라 종합예술작품으로 가치도 있는 만큼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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