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 4월에 한파 불청객…경북도 과일피해 속출

이달 초부터 아침 영하 기온…피어나던 꽃·열매 얼어죽어
3천171ha 피해 잠정 집계…정밀 조사 돌입

배도환(사진 가운데)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과수팀장이 경북 안동시 녹전면 사과농가를 방문해 냉해 피해를 확인하고 농민들에게 추후 대처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배도환(사진 가운데)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과수팀장이 경북 안동시 녹전면 사과농가를 방문해 냉해 피해를 확인하고 농민들에게 추후 대처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이달 들어 경북의 아침 최저 기온이 크게 떨어져 농작물 저온 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5일과 6일 아침 최저 기온이 봉화 석포 영하 6.5℃, 안동 예안 영하 4.9℃ 등으로 내려가 1천301㏊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어 9일과 22일에도 아침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추가 피해가 나 3천171㏊로 증가했다.

작목별 피해 규모는 사과가 1천82㏊로 가장 많고 복숭아 602㏊, 배 597㏊, 자두 394㏊ 등이다. 시·군별로는 청송 563㏊, 영천 442㏊, 의성 438㏊, 상주 419㏊ 등으로 피해가 컸다.

50년째 안동시 녹전면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강재흠(69) 씨는 "이달 5, 6일에 안동지역이 영하 5℃까지 내려가면서 조그맣게 달렸던 꽃과 열매가 얼어버렸다"며 "다시 꽃이 피던 나무들도 며칠 전부터 추워진 날씨에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사과는 물론 자두와 복숭아 등을 재배하는 경북지역 내 다른 농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수 꽃이 갈색으로 변해 얼어 죽었고 꽃이 손상을 입으면 열매가 열리더라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의성군 점곡면 이정혜(63) 씨는 "지난 7일과 8일 기온이 영하 5℃로 떨어지면서 사과나무의 꽃이 피기도 전에 꽃눈이 어는 피해를 봤다"며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기온이 영하를 기록하면서 이번에는 활짝 핀 사과꽃이 어는 등 2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경북 영천 청통복숭아작목반 회원들이 냉해 피해를 입은 복숭아 나무와 꽃잎을 살펴보고 있다. 강선일 기자
경북 영천 청통복숭아작목반 회원들이 냉해 피해를 입은 복숭아 나무와 꽃잎을 살펴보고 있다. 강선일 기자

영천지역도 개화기 꽃샘추위로 복숭아를 비롯해 자두와 배, 사과, 포도 등 대다수 과수품목에서 냉해를 입었으나 피해농가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영천시 청통복숭아작목반 장택상 회장은 "6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털이 없는 복숭아 품종 천도복숭아는 영천과 경산지역에서만 생산되지만 영천시 등 관계기관의 피해대책은 다음 달에나 나올 것으로 보여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중 영천시 청통면 일대가 주산지인 천도복숭아는 재배농가 80% 이상이 냉해를 입었지만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농가는 청통복숭아작목반 회원 기준 420여 명 중 30여 명 정도 불과하다.

농민들은 현재 피해 수치는 임시로 파악한 것일 뿐 저온이 계속되는 만큼 실제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얘기한다. 최근에는 강풍도 잇따라 가지가 부러지고 비닐하우스 등 시설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과수 꽃눈이 얼어서 떨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밀 조사를 서둘러 실제 피해를 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방침이다. 이번 주 내내 아침 기온이 낮았기 때문에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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