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우드라는 나무는 보통 2000년을 산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100년도 채 살지 못하지만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많이도 겪는다. 매순간 변화무쌍한 생의 리듬을 탄다. 삶을 지탱해주는 힘은 어디에서 얻어야 할까? 희망의 부추김은 어디에서 받을까? 그중에서 가장 큰 버팀목이 책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르네 데카르트도 말하지 않았던가.
누구나 책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가 있을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책의 끈을 풀어 본다. 저자 나쓰카와 소스케는 197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2009년 '신의 카르테'로 제10회 쇼각칸문고 소설상을 수상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이는 나스카와 소스케의 첫 번째 판타지 소설로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던 '은하철도의 밤'의 21세기 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되었다.
책에도 여러 번 읽게 되는 책이 있고, 대충 가볍게 읽는 책이 있고,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책도 있으며, 읽고 나면 내용조차 밋밋해서 시간이 아까운 책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장 첫 번째 미궁 '가두는 자' ,2장 두 번째 미궁 '자르는 자', 3장 세 번째 미궁 '팔아치우는 자', 4장 마지막 미궁, 에필로그로 사건의 끝을 맺으며 책을 대하는 다양한 부류의 모습을 접하게 된다.
고등학생인 나쓰키 린타르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마을 한 구석에 '나쓰키 서점'이 유산처럼 남겨진다. 팔리지 않는 중후한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고서점이다. 이때 사람처럼 말을 하는 얼룩고양이가 나타난다. 린타로에게 '너는 책을 좋아하잖아.'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도움을 청한다. 얼룩고양이가 안내하는 미궁들, 린타로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떠올린다.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p.124) 속독이나 줄거리만 읽는 방법이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을 잃어버리게 한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부조리에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갈 때 가장 좋은 무기는 논리나 완력이 아니라 유머라고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친구 유즈키 샤요, 품위 있고 자신감이 넘치며 조금은 오만한 얼룩고양이가 내뱉는 말들은 가슴 먹먹한 감동을 준다.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야."(P.228) 시간의 벽과, 언어의 벽을 뛰어넘은 책은 늘 우리 곁에서 위로와 힘이 된다.
인간에게는 죽음이 있어 우리의 삶을 비춰보며 돌아보게 한다. 그 가운데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의 힘이 있다. 미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진실의 힘이었다. 우리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대하는 자신도 점검하게 한다. 계절이 지나면서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도톰해지는 초록 속에 "책과 이어져 있는 사람…." 모두의 건독(健讀)를 빈다.
정화섭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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