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피해 경비원' 추모단체, 폭행주민 검찰에 고발

갑질 가해 의혹 A씨 "고인 명복을 빌 뿐 할 말 없다…곧 진실 밝혀질 것"

주민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가해 의혹이 제기된 주민 A씨를 상해와 협박 및 모욕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아파트 한 경비원이 주민 괴롭힘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단체가 갑질 가해 의혹을 받는 주민을 검찰에 고발했다. 주민 측은 "얼마 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13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 의혹을 받는 50대 주민 A씨를 상해와 협박, 모욕 등 혐의로 고발했다.

추모모임은 "피고발인의 악마 같은 범죄로 고인이 숨졌다"며 "경비노동자에 대한 주민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만, 처벌 부족과 입법적 예방책 미비로 결국 비극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고인을 여러 차례 폭행하거나 모욕하고, 허위 진단서로 고인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는 등 악랄한 범죄의 고의가 명확하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형벌을 가해 일벌백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라", "재발방지책 마련하라" 등 구호도 외치는 한편, 강북구청 앞에서 최 씨의 추모 행사를 마련했다.

주민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가해 의혹이 제기된 주민 A씨를 상해와 협박 및 모욕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에 참여한 류하경(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6년 전 주민 갑질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도 산재가 인정됐다"며 "고인의 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해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다고 들었는데, 현금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해당 아파트도 가압류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북부지검은 A씨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이번 고발사건도 함께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강북경찰서는 조만간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 씨는 지난달 21일 주차 문제로 주민 A씨와 다툰 뒤, A씨로부터 지속해서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가 이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말 상해와 폭행, 협박 등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최 씨의 발인식은 14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련 사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1일 자신을 해당 아파트 주민이라 소개한 청원인이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13일 오후 8시 30분 기준 31만여 명이 동의했다.

주민 A씨는 이날 언론에 "지금은 고인의 명복을 빌 뿐 다른 아무 말씀을 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며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12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엄정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