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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도시' 대구 재조명…변호사회, '역사관' 조성 시동

"원로 변호사 찾아 법조계 옛이야기 수집"
1910년대 3대 고등법원 위치
수기·타자기로 쓴 재판 자료…회원 기증·공지 통해 모집 계획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 법조타운. 매일신문 DB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인근 법조타운. 매일신문 DB

대구지방변호사회(이하 변호사회)가 지역 법조계의 역사 자료 수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변호사회는 최근 회원 20명으로 구성된 '역사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지역 법조계의 자취가 담길 역사관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변호사회 차원의 역사관 조성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춘희 변호사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전국에 복심법원(현 고등법원)은 서울, 평양, 대구에만 있었을 정도로 지역 법조 역사가 깊은 만큼 이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또 법조계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만큼 그간 지역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법조 도시로서의 위상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일었다.

앞으로 변호사회는 주로 원로 회원을 대상으로 과거 대구경북 법조계의 모습을 담은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사진 자료는 물론, 수기 및 타자기로 쓴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 재판 관련 자료도 수집 대상이다.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애초 변호사회는 올해부터 원로 변호사들을 직접 찾아 법조계의 옛이야기를 담은 녹취·녹화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이 다소 늦춰진 상황이다.

과거 재판 자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점도 난제로 꼽힌다. 변호사회 관계자는 "변호사 개인에게 의미가 있어 재판 자료들을 일부러 보관하지 않은 이상 지금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안타깝다"며 "회원들의 기증이나 변호사회 차원의 공지를 통해 과거 귀중한 흔적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현재 변호사회는 사무실 한편에 과거 수기로 작성한 회원 등록서류, 변호사회가 주최한 행사 및 궐기대회 사진 자료 등을 하나둘 모으고 있다. 회의실에 마련된 작은 공간이지만 역사관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 것을 기념하는 현판식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이춘희 회장은 "대구는 법조 도시로서 유서가 남다른 만큼 역사 자료 수집은 지역 법조계에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라며 "소장 가치가 있는 자료가 많이 모인다면, 향후 역사관을 위한 별도의 공간 마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역사관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역 법조인들이 현재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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