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초 개학이 미뤄지면서 전체 학교에 전격적으로 원격 수업 방식이 도입됐다. 도입 규모와 시기가 크게 달라졌다. 마치 코로나19에 등 떠밀린 격이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도 커졌다. 적지 않은 교사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사들의 원격 수업 수기를 모집, 최근 책으로 엮었다. 수업 사례를 공유, 공감대를 키우고 교사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수기 중 일부를 간략히 정리해 소개한다.
◆어쩌다 닥친 원격 수업(대진중 전재철 교사)

3월말 개학이 재연기되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선택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 형태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EBS나 e학습터의 콘텐츠 영상도 필요하겠으나 아이들에게는 우리 학교 선생님이 직접 만든 콘텐츠가 더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업 내용을 직접 촬영해 편집하고 유튜브로 공유하며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편의 수업 영상을 촬영했다. 수업 과정을 계획하고 강의를 연습했으나 실수는 자주 생겼고, 수차례 재촬영 후 편집하고 유튜브로 업로드하는 데까진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수업을 편집할 시간이 부족해지자 '라이브 스트리밍 수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해본 적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걸 시작해본다는 기대가 컸다. 스마트폰과 '프리즘 라이브 스튜디오', 플랫폼 '트위치'를 활용했다.
'재미있고 할 만하네.' 1학년 미술 시간, 학생들이 한 명씩 트위치에 접속했고 실시간으로 수업을 들으며 댓글을 달았다. 신선했고 기분도 들떴다. 온라인 수업에 고민할 선생님들을 위해 라이브 스트리밍 연수도 진행했다.
학년별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라이브 수업 교실을 꾸몄다. 학년별 수업 시간표에 따라 선생님들이 그 교실에 들어오셔서 실시간으로 수업을 이끌었다. 첫 실시간 수업에 선생님들도 크게 긴장했으나 대부분의 수업이 문제 없이 방송됐다.
우리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은 라이브 스트리밍 수업과 구글 클래스룸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낯선 '온라인 수업' 시대를 잘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예기치 않게 다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찾아와도 이런 경험을 잊지 않고 잘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좌충우돌 원격 수업 경험기(비슬고 김영직 교사)

2월초만 해도 코로나19에 대해 별다른 걱정 없이 첫 고교 생활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학생 중심 수업, 깊이 있는 수업을 하겠다는 다짐과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구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됐고 학교 개학은 계속 연기됐다.
그러다 온라인 개학, 원격 수업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제시됐다. 모든 것이 낯선 순간에 모두가 처음인, 다른 형태의 교육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게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마침 지난해 수업 연구 발표대회에서 연구했던 주제도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한 수업과 피드백이 교과 역량 향상에 주는 효과'를 분석한 것이었다.
다른 플랫폼은 분석하지 않고 '구글 클래스룸'을 사용해 원격 수업을 진행했다. 이 플랫폼에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고 학생들은 그 영상을 토대로 과제를 해결했다.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는 '구글 미트'를 활용해 학생들이 쌍방향 수업에 참여, 과제를 발표하게 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주위 선생님들의 말씀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느꼈다. 구글 미트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뿐, 영상을 그냥 보여주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기기와 교육용 앱이 주위에 있었으나 제작한 영상을 보는 학생은 점점 줄었다. 과제 내용도 수업 중 다룬 개념을 이해하고 수행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원격 수업은 죽어가고 있었다. 반성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교육 환경이 바뀌었을 뿐, 그 속에서의 교육활동 자체가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했다. '거꾸로 교실' 방식의 수업을 고민했다. 영상으로는 핵심 개념 정도를 설명하고 개념과 관련해 다양한 수준의 질문과 과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SNS에 익숙한 학생들이 서로의 의견을 보고 댓글을 남기는 방법을 활용하니 소통이 되기 시작했다. 원격 수업 중 과제를 제시하고 '피드백'을 통해 상호 작용, 결과물을 완성한 뒤 오프라인에서 만나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다. 교실에선 시간의 한계로 할 수 없었던 개인별 피드백이 이뤄졌고, 학생들은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등 더 성장했다.
■거꾸로 교실=기존의 강의식 수업은 교사들이 만든 10분 안팎의 동영상 강의로 대신해 학생들이 이 동영상을 미리 보고 오도록 한 뒤 수업 때는 학생들이 주체가 돼 토론이나 과제 수행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수업 방식. 2007년 미국에서 시도돼 학교를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로 퍼졌다. 영어로는 '플립트 클래스룸'(Flipped Classroom)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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