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쉰 전에는 한 마리 개였다. 앞에 있는 개가 뭔가를 보고 짖으면 따라 짖었다. 누가 그 까닭을 물으면 벙어리처럼 실실 웃을 뿐이었다."(是余五十以前眞一犬也, 因前犬吠形, 亦隨而吠之, 若問以吠聲之故, 正好啞然自笑也已) 중국 명대(明代)의 반항적 사상가 이탁오(李卓吾)가 한 말이다. 이런 '묻지 마' 추종을 개가 떼로 짖는 것에 비유한 경우는 여럿 있다. 원조(元祖)는 초(楚)의 굴원(屈原)으로 '읍견군폐'(邑犬群吠·마을의 개가 떼로 짖는다)이다. 소인배가 남을 떼로 비방한다는 뜻이다.
후한(後漢)의 은둔 사상가 왕부(王符)는 이를 모티브로 차용해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자 여러 마리가 덩달아 짖는다. 한 사람이 거짓을 퍼트리면 여러 사람이 진실처럼 떠들어댄다."(一犬吠形, 百犬吠聲, 一人傳虛, 萬人傳實)라는 경구(警口)를 남겼다.
조선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문신 여대로(呂大老)의 '문견폐'(聞犬吠·개 짖는 소리를 들음)가 그중 하나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한꺼번에 천 마리 백 마리가 짖네. 무엇 때문에 떼로 짖나? 듣기만 하고 보지 않았는데도."(一犬吠 二犬吠 一時吠千百 群吠爲何物 徒耳勿以目)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金得臣)도 '출문간월도'(出門看月圖·문밖에 나가 달을 봄)에 비슷한 글을 적어 넣었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만 마리가 한 마리를 따라 짖는다. 아이더러 문밖에 나가보라 했더니 달이 오동나무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 있다 하네."(一犬吠 二犬吠 萬犬從此一犬吠 呼童出門看 月掛梧桐第一枝)
이에 앞서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李山海)의 아들 이경전(李經全) 역시 비슷한 시를 남겼다. "개 한 마리가 짖자 두 마리가 짖고 세 마리도 따라 짖는다. 사람인가? 범인가? 바람 소리인가? 아이 하는 말이 산 위 달은 정말 등불 같은데 뜰 저편에 언 오동 잎만 버석댄다고 하네."(一犬吠 二犬吠 三犬亦隨吠 人乎虎乎風聲乎 童言山外月正如燭 半庭唯有鳴寒悟)
민주당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처음 제보한 당시 당직병 현모 씨를 '범죄자'로 지목하자 '대깨문'들이 현 씨에 대한 '언어 테러'에 나섰다. 헛것을 보고 짖고, 이를 따라 짖고, 달을 보고 짖는 개, 딱 그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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