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기관단체 명의를 빌려 단체장의 업적을 자랑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말썽이다. 정당이나 지자체의 사업을 자랑하거나 단체장의 인사를 대신하는 현수막 등 홍보물은 명절은 물론 평소에도 종종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자체 단체장의 치적을 앞세우는 홍보 행위가 점차 노골화하고 있고, 홍보물 제작에 주민 혈세까지 낭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얼마 전 영천시는 추석을 앞두고 도심 곳곳에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물의를 빚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과실전문생산단지 기반 조성 사업 선정과 이에 필요한 국비 예산 45억원 확보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시정 성과를 치켜세우는 것도 모자라 이를 단체장 개인의 공으로 몰아가다 비판 여론을 자초했다. 이런 홍보 행위 자체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인지 영천시 담당 부서는 지역 농업인단체를 홍보 주체로 앞세웠는데 해당 농업인단체 내부에서조차 거센 반발이 나올 정도다. 한마디로 낯 뜨거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본지가 그 실상을 추적해 보니 영천시 공보 관련 공무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내건 불법 현수막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현수막 제작 비용도 모두 예산으로 처리됐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 법적인 문제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영천시는 그동안 각종 국비 지원 사업 선정 때마다 여러 기관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시정 홍보 현수막을 내걸고 단체장 업적을 간접적으로 자랑해왔다.
이는 비단 영천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각 지자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자체 사업을 주민에게 알리면서 노골적으로 단체장의 공으로 돌리거나 끼워 넣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도를 넘어선 이 같은 홍보는 당장은 보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누워서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제 자랑이 지나치면 역효과를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혈세를 낭비하는 이런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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