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야간 환자 이송을 위해 독도에서 이륙 후 해상에 추락한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는 비행 14초 만에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외국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회수된 블랙박스 자료를 모두 인출함에 따라 당시 사고원인 규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강한 돌풍 속 14초 만에 추락
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항공기사고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달성군 중앙119구조본부 헬기(EC225LP·영남1호기)는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11시 24분 독도헬기장을 출발, 14초 뒤 해상에 추락했다. 진행 방향으로 486m 이동한 채였다. 애초는 독도헬기장 이륙 후 1~2분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릉도에서 연료 보급을 받은 헬기가 독도헬기장에 착륙하기 위해 두 차례 접근을 시도한 사실도 밝혀졌다. 심야 시간대 강풍이 부는 가운데 한 번에 착륙하기 어려운 여건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기상은 헬기가 많이 흔들릴 정도의 돌풍을 동반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도기상청 기상관측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시 독도에는 바람이 초속 8~9m로 강하게 불었고 오후 11시 25분에는 초속 14.1m의 돌풍도 불었다.
이러한 기상 여건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조사위 최종보고서가 나와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에서 관련 자료는 모두 인출했다.
사고 발생 22일 만에 77m 수심 아래에서 후방동체와 함께 회수된 비행기록장치는 내부 부품까지 부식이 진행돼 일반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추출할 수 없었다. 조사위는 프랑스 사고조사당국 시설로 이송한 뒤 합동 작업을 벌여 자료 인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의 마지막 날 무슨 일이?
지난해 10월 31일 사고 당일 오후 9시 13분쯤 중앙119구조본부 119상황실은 독도경비대장으로부터 독도 남쪽 6마일 지점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선원의 손가락이 절단돼 응급이송이 필요하다는 구조 요청을 받았다.
1분 뒤 영남특수구조대 영남1호기 출동 명령이 떨어졌고 구조대(조종사 2명, 정비사 1명, 구조구급대원 2명)는 오후 9시 33분쯤 이륙했다.
1시간 16분이 지난 오후 10시 49분, 헬기는 울릉도 해군헬기장에 착륙해 연료 보급을 받은 뒤 재이륙했고, 오후 11시 17분쯤 독도 인근에 도착했다. 곧바로 착륙하지 못한 헬기는 한 차례 북행한 뒤 오후 11시 22분 독도헬기장에 내려앉았다.
이후 환자와 보호자를 탑승시킨 헬기는 오후 11시 24분 기체를 부양해 제자리 비행하며 항공기 기수를 착륙 진입방향으로 180도 오른쪽으로 선회해 출발 준비를 했다. 이후 14초간 진행방향으로 486m를 이동한 채 해상에 추락했다.
구조대 5명, 환자와 보호자 등 7명이 탑승한 헬기는 수면과 충돌로 전·후방 동체가 분리돼 가라앉았다. 사고 발생 후 39일간 수색을 통해 부기장, 정비사, 구급대원 및 환자 시신이 수습됐다. 하지만 기장, 구조대원, 보호자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같은 해 12월 10일 정부는 대구 계명대 성서체육관 실내체육관에서 소방청장으로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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