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정부'를 자처하며 도덕적 우위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좀처럼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태'를 맞닥뜨린 이후 이달에만 2차례나 사과했다.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자인하면서 일단은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의 정국 운영 자세가 확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거대 여당을 앞세우고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까지 동원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공세적이면서, 야당에 대해 압박적인 이른바 '오기 정치'를 계속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법원이 윤 총장 징계에 효력 중단 결정을 내린 지 하루 만인 지난 25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언급을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윤 총장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과 입장이 공식적으로 나왔다.
이번 사과 표명은 지난 16일 사과 이후 불과 9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위 의결 내용에 대한 제청을 받고 이를 재가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길어진 것을 두고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임기 후반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실정에서 문 대통령은 이달 두 번에 이어 최근 4개월 새 벌써 세 번째 사과를 했다. 북한군이 무장하지 않은 우리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서해상에서 총격살해한 만행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통령 책임론이 거론되자 지난 9월 28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었다.
난국을 타개할 청와대의 돌파구 모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미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동시에 3~4개 부처 장관을 조기에 교체하는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각은 이르면 모레쯤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체 대상에는 추 장관 외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후보군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는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문체부 장관으로는 지난 23일 차관급 인사에서 물러난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이 거론된다.
특히 청와대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교체하는 큰 폭의 인적 쇄신 카드를 내놓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의 교체 시점은 개각이 마무리된 뒤인 내달 중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논란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5년 차를 목전에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코로나19 백신 실기론 등 각종 혼란상을 조기에 수습해 국정 안정을 도모하고 개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가 낮은 자세가 아닌 공격적 국정 운영을 지속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사과는 했지만, 사법부 사찰 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내세우면서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을 그 근거로 보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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