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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우주의 기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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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인간은 주변 상황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하는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히틀러가 그랬다. 집권 전부터 1945년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략 42번의 암살 시도가 있었으나 히틀러는 무사했다. 1944년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의 폭탄 암살 시도(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국내에도 개봉된 '작전명 발키리'이다)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때도 자상(刺傷)과 타박상을 입는 데 그쳤다. 히틀러는 이런 행운의 연속을 "나를 인도하여 나의 사명을 완수하게 하는 섭리의 손이 도왔다"고 해석했다.

이런 자기기만은 패망을 앞둔 1945년 4월 12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유감없이 발휘됐다. 히틀러는 이를 오스트리아-프랑스-작센-스웨덴-러시아와 프로이센-하노버-영국이 맞붙은 7년 전쟁 중 1762년 러시아 엘리자베타 여제(女帝)가 사망한 것과 같은 기적이라고 굳게 믿었다.

엘리자베타를 이어 황제가 된 표트르는 프리드리히 2세의 열렬한 찬미자였는데 즉위하자마자 프로이센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반(反)프로이센 연합이 해체되고 프리드리히 2세는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히틀러는 루스벨트의 사망이 이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군수 장관 슈페어에게 큰소리쳤다. "보라고!…내가 항상 말했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누가 맞았나? 전쟁은 안 졌네. 읽어봐! 루스벨트가 죽었어!"('히틀러Ⅱ, 몰락 1936-1945' 이언 커쇼) 히틀러에게 루스벨트의 사망은 '섭리의 손'의 재확인이었던 것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공상과학영화 '토르'에서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집중되는 상황 설정을 한반도 상황에 빗대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기'가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남북 관계가 의도한 대로 풀리지 않자 이제는 '우주의 기운'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까지 늘어놓느냐, '어떻게 장관이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점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재난영화를 보고 탈원전을 결심한 대통령이나 공상과학영화 속의 상황을 현실의 실제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통일부 장관이나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참으로 기괴한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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