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 입에서 모처럼 만에 영남두둔 발언이 나왔다.
당내 초선 가운데 두 번째로 6·11 전당대회 대표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은혜 의원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영남은 죄가 없다. 도로 한국당이 문제다. 영남 출신이면 무조건 안 된다는 영남당 프레임은 백해무익한 자해 정치로 중단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극히 당연한 언급이지만 어느 때 부턴가 전당대회 철이 아니면 보수당에서 듣기 힘든 용기 있는 발언이 됐다. 공당(公黨)의 경선에서 특정지역 출신 인사를 배제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으로 합리적이고 참신한 이미지를 과시하면서 당내 표밭을 향한 구애의 성격도 담긴 포석으로 풀이된다.
내년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을 관리할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약 20일 남짓 앞두고 영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종 경선결과에 70%가 반영되는 당심(黨心)의 절반이 영남 민심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약 32만명으로 추산되는데 대구·경북이 26%, 부산·울산·경남이 24%로 영남 권역이 절반을 차지한다"며 "출마 후보들이 영남과 척을 지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여타 후보들도 영남 배제론을 노골적으로는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당대회 후다. 정치권에선 제1야당의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당내 경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본격적인 차기 대통령선거 정국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은 여야 간 총력전이기 때문에 최대승부처인 수도권과 중도성향 유권자 설득을 위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 때 영남을 다시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면서 핵심지지층의 등에 칼을 꽂는 이른바 '텃밭 배제론' 또는 '영남 2선 후퇴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전당대회 때만 반짝 대접받는 지역으로 남아선 안 된다"며 "지역 대의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아주 신중하고 전략적인 선택으로 대선 후까지 내다보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의 최대주주임에도 철저하게 무시당했던 지난해 21대 총선 공천과정을 답습하지 않도록 지역의 목소리를 당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관철할 통로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을 극복대상으로 여겼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재임 시절 감수해야 했던 모멸감을 다시 경험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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