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이준석 현상의 기대와 우려

지난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구 경북본사장
김병구 경북본사장

보수 야당에 몰아치고 있는 '이준석 현상'이 매섭다.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압도적 1위로 본경선에 오르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놀라운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일반 여론조사에서 과반(51%)을 획득한 것은 물론 크게 불리할 것으로 점쳤던 당원 조사에서도 1위(32%)와 거의 맞먹는 득표율(31%)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0선' 원외 이 후보가 다선의 중진들을 제치고 당 대표 본경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예비경선과 달리 책임 당원 투표가 70% 반영되는 본경선에까지 이 후보의 돌풍이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다면 직접 뛴 선거에서 한 번도 당선되지 않은 젊은 정치인이 보수 야당 대표 경선에서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준석 현상'이 이 후보 개인의 자질과 정치력의 발로일까.

물론 젊음과 순발력, (잦은 출마 경력과 언론 노출을 통한) 높은 인지도, 합리적 보수 이미지 등은 이 후보의 강점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이 후보의 개인기만으로 보수 야당에 불고 있는 돌풍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보수 야당과 보수층의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이 이준석 현상을 불렀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을 성싶다.

보수 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리멸렬했다. 탄핵 사태의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개혁은커녕 탄핵 찬반으로 편을 나누고, 쪼갠 정당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데 급급했다. 결국 중도층은 물론 상당수 합리적 보수층마저 떠난 보수 야당에는 모래알만 남았고, 정권 창출은 요원하기만 한 상태로 전락했다.

비록 국민의힘이 여권에 실망한 중도층의 전략적 투표 행위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등 4·7 재보선에서 반사이익을 거뒀지만, 그렇다고 재보선의 지지가 이후 국민의힘 지지로 바뀌지도 않았다.

보수 야당 위기의 본질은 국민들이 정부 여당에 실망하더라도 선뜻 국민의힘을 그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것은 부정부패, 노후, 변화에 대한 거부 등 그동안 보수 야당에 덧씌워진 굴레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바로 변화와 개혁이란 새로운 이미지 창출이 절실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국민들도 보수의 혁신을 어느 때보다도 더 요구하고 있다.

바로 보수 야당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보수층의 열망이 이번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현상으로 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준석 현상의 긍정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에 못지않은 우려도 동시에 갖게 된다.

보수의 본산이자 최대 주주인 대구경북이 대표 경선을 마친 국민의힘을 매개로 제대로 된 지분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가장 앞선다. 지방분권이나 지역에 대한 이 후보의 이해와 관심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혁신을 기치로 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대구경북은 깡그리 무시한 채 국토균형발전과 국가 백년대계를 가늠할 남부권 허브공항을 가덕도에 갖다 바친 데 일조한 행태가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보수 야당의 변화가 2030 청년들로만 향한 편협한 혁신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혁신이 특정 계층이나 계파에 한정될 경우 보수 야당의 진정한 변화를 끌어올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드러움, 경륜, 통합의 리더십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도 본경선의 대세를 가름할 잣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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