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대 제작을 위해 제작소에 갔다가 근처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가족을 만났다. 성묘(成猫)부터 새끼고양이까지 다양한 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풀숲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던 새끼고양이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어제는 햇볕을 쬐고 있던 고양이 세 마리가 나를 보자마자 놀라서 도망가더니 잠시 후 다시 나타나서는 계속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져 대답을 하며 작업을 하는데 급기야는 제작소 안까지 들어와서 기웃거렸다. 길고양이인데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제작소 1층인 공장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이렇게 동네마다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도 한 분 계시는데, 옆집 아주머니의 이야기로는 동네에 사료를 놔두는 곳이 스무 곳이 넘는단다. 나이도 꽤 지긋하신 그 분은 매일매일 동네를 돌며 사료와 물을 갈아주고, 아픈 고양이가 있으면 데려가 치료도 해 준다고 한다. 나도 집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가지고 있던 사료를 옆집 아주머니를 통해 전해드렸다.
그런데 요즘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여러 기사를 찾아보니, 사람의 짓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게 학대한 사건이 많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대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행위에 대한 의견 충돌이다.
캣맘과 챙겨주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과의 충돌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캣맘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 의견은 밥을 챙겨 주니 고양이들이 몰리고, 거리가 더럽고 시끄러워진다는 것이다. 시끄럽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발정기의 고양이는 굉장히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 소리가 스트레스일 것이다. 하지만 거리가 더러워진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밥을 챙겨줌으로써 오히려 쓰레기봉투 등을 물어뜯는 일이 줄어들고, 실제로 며칠 전엔 길에서 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습을 목격했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길어야 3년이라고 한다. 집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2년 정도라고 하니 굉장히 짧은 기간이 아닐 수 없다. TNR(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포획하여 중성화수술을 한 후 원래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이나 유기동물 입양소 운영 확대 등으로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더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은 동물이라고 함부로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 그런 잔인한 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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