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 시민구단의 역사를 쓰다] <하> 대팍의 숨겨진 비밀

관중석 알루미늄 바닥 '신의 한수'…'쿵 쿵' 발 구름에 심장이 뛴다
그라운드까지 거리 불과 7m…선수들 움직임 맞춰 발 구름
동서남북 사방에 지붕 울려…굉음 밖에 빠져나가지 않아 경기장내 최고 몰입감 선사

DGB대구은행파크가 시민구단 대구FC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대구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사진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팍에서 시축하는 모습. 대구FC 제공
DGB대구은행파크가 시민구단 대구FC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대구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사진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팍에서 시축하는 모습. 대구FC 제공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는 대구FC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대구시민의 자부심이 됐다. 대구FC가 시민구단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데는 2019년 이후 기대 이상의 성적과 더불어 대팍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대팍의 속살을 살펴보자.

◆알루미늄 바닥=관중석 바닥을 경량 알루미늄 패널로 만든 건 신의 한 수였다. 대팍은 그라운드에서 관중석까지 거리가 7m에 불과해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맞춰 관중들이 발을 구르면 알루미늄 바닥을 통해 퍼지는 '쿵~쿵~' 소리는 심장을 떨리게 할 정도다. 이는 기존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상이다.

알루미늄을 관중석 바닥에 사용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시민운동장을 전용축구장으로 리모델링 계획을 확정한 후 조광래 대구FC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미국과 독일 등지에 견학을 다녔다. 당시 미국의 한 건축가가 '경량 알루미늄 구조'를 제안했다. 미국의 미식축구 경기장 등에 일반화돼 있고, 친환경적이며 안전하고, 공사비도 저렴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공법이었다. 대구FC 관계자들은 건축가의 추천으로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스피드 자동차 전용경기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알루미늄 패널로 바닥을 만든 경기장 규모가 무려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대구FC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전문가들과 논의 과정에서 친환경적이고 공사비가 적게 드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이도현 대구FC 미래전략실장은 "시멘트 구조물로 지었으면 1천억원 이상 들었겠지만 알루미늄 패널 덕분에 500억원가량으로 충분했다"고 했다.

◆지붕=대팍이 국내 최고 축구장이 된 배경에는 알루미늄 패널과 함께 지붕에 있다. '쿵~쿵~' 울리는 알루미늄 패널 굉음은 선수와 관중들을 흥분시키며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지붕이 없다면 몰입감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알루미늄의 굉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소음 문제도 발생한다.

애초 350억원으로 리모델링 계획을 세운 후 공모를 통해 받은 설계에는 지붕이 동·서·남쪽에만 설치돼 있었다. 북쪽에는 지붕이 없었다. 이를 두고 대구시와 대구FC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비와 햇빛을 차단을 위해 4면에 지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지붕을 하는 데만 100억원 이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구FC 측은 외국 축구장 사례를 들어 지붕이 응원 소리를 모아 현장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며 필요성을 더 강조했다.

대구시는 추가 비용 문제에도 이 같은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수차례에 걸쳐 설계 변경을 했고, 그 결과 현재처럼 동서남북 방향에 모두 지붕을 올렸다.

DGB대구은행파크가 시민구단 대구FC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대구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대팍 전경 사진. 대구FC 제공.
DGB대구은행파크가 시민구단 대구FC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대구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대팍 전경 사진. 대구FC 제공.

◆규모=대팍은 1만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국내 축구전용구장 중에 수용 인원이 가장 적다. 전남드래곤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광양축구전용구장이 1만3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팍도 초기 설계 당시 2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시와 대구FC는 외국에 1만 명 규모의 축구장도 적지 않고, 지역의 축구 팬덤을 고려해 결정했다. 다만 1만5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추후에 3천 석 가량을 증축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울산, 수원, 전주, 대전은 4만 석 이상 규모의 월드컵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중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너무 멀어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대팍은 아담하지만 초대형 경기장보다 웅장한 느낌을 준다. 경기장 규모가 주는 웅장함보다 작은 경기장이라도 이곳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이 주는 웅장함이 더 크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벤치마킹 =대팍은 2019년 개장 이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축구전용구장을 추진하는 타 구단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지어 방문한다.

지난 24일 수원삼성과의 홈경기 당시 강원도 원주시의회 시찰단이 전용구장 모범 사례를 배우기 위해 찾았다. 최근 강원도에서 전용구장 건립 움직임이 일고,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가 유치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산 아이파크, 용인시, 광주광역시 관계자들이 이미 다녀갔다.

구단 관계자는 "개장 이후 대팍을 찾아온 기관·단체를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우리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진 대구FC가 앞으로도 훌륭한 경기력으로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활기찬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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