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틀딱과 갓플란트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틀딱'이란 말이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인을 비하할 때 쓰는 유행어다. '틀니'라는 단어의 앞 글자와 틀니 부딪치는 의성어 '딱'을 합친 말인데 어감도 함의도 매우 안 좋다. '꼰대'라는 표현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지금껏 틀딱은 젊은이들의 사적 대화나 SNS, 댓글에서나 볼 법한 밈(Meme·유행어)이었다. 언론에서는 금기어에 가까웠는데 이제는 사회 전면으로 떠올라 뉴스 제목으로까지 등장했다.

대표적 사례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뉴스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여러 언론들이 '틀딱'이란 표현을 제목으로 뽑았다. <'틀딱'노인의힘' 심상찮은 2030 국힘 탈당 행렬> . 6070의 압도적 지지로 윤 전 총장이 국힘 대선 주자로 뽑히자 홍준표 후보를 민 2030세대가 반감을 드러낸다는 내용이다.

세대 갈등은 동서고금 어디든 있어 왔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 표현 역시 어느 나라나 존재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조롱을 담은 영미권의 '오케이 부머'(OK Boomer), '노인은 무익한 존재'라는 뜻의 일본 유행어 '로우가이'(老害)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틀딱' '틀딱충' '틀니딱딱충'만큼 말의 뉘앙스와 비유에 혐오가 가득 든 표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세대 갈등이 격하다는 방증이다.

틀딱은 개념 없이 함부로 행동하는 노인에 국한해 쓰이던 말이었는데 지금은 노인 세대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는 표현으로까지 비화되는 추세다. 틀딱 반대어로 '갓플란트'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신(神)이라는 뜻의 '갓'(god)과 '임플란트'의 합성어다. 존경할 만한 노인이라는 뜻이다. 임플란트가 틀니보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여 차용된 표현이다.

2030 모두가 노인을 틀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에 대한 2030의 시선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지역 갈등에다가 남녀 갈등, 세대 갈등까지 대한민국에 더해지는 것은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을 중재하고 국민 분노를 풀어주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거꾸로 가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갈등에 편승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세력까지 없다 할 수 없으니 참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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