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2022년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지금까지의 대선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모두 여의도 정치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사법적 리스크를 가진 채 후보로 확정되었다는 것도 특이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무엇보다 큰 특징은 MZ세대, 좀 더 확장하면 2030세대라 불리는 젊은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보통 MZ세대라 불리는 18~29세 유권자는 약 795만 명으로 총유권자의 18% 정도를 차지하며, 30대를 포함하면 2030세대는 총유권자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신감과 자존심이 넘치는 세대다. 동시에 핵가족의 보편화로 집안에서는 독자가 많고 형제가 있어도 부모의 과보호 속에 자기중심적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사회에 진출할 시기에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은 이 세대가 부모 찬스나 성별 간 불평등, 기성세대의 기회 독점 등 모든 형태의 불공정에 특히 부정적 입장을 갖게 한 원인이다.
4050이나 60대 이상 유권자들이 이념과 가치에 따라 정치 선호를 형성하고 특정 후보와 정당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는 성향을 보이는 데 반해, 2030세대는 탈이념, 탈지연, 탈학연의 투표 성향을 보이며 특히 불공정에 매우 민감하고 실리적 투표 성향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이들의 투표율은 비교적 낮았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그 어느 세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참여 부족으로 자신들의 이익이 대변되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특히 국민의힘 당대표로 36세의 이준석이 선출된 것이 이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급격히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대선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보터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후보자들이 이 세대에 구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후보들의 대2030 전략은 단편적이다 못해 치졸하기까지 하다. 대체로 젊은 세대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대부분이다.
연 200만 원 청년기본소득을 주겠다거나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확대, 신혼부부 및 무주택 가구를 위한 역세권 첫 주택 지원, 취약 청년에 청년도약보장금 지급 등 사실상 현금성 지원이 대부분이다.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사실상의 매표 행위로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를 밝힐 보다 근본적인 비전과 대책은 없다.
2030세대가 실리적 투표 경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공정'의 시각에서 불안정한 현재를 우려하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욕구는 결코 이기적이거나 사치가 아니며, 그저 노력한 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공정한 사회다. 노력하지 않거나 부족한 사람이 부모나 사회의 여러 제도와 규칙에 의해 선택돼 혜택을 독점하는 것에 강한 분노를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러한 분노의 바닥에는 기성세대의 기득권과 욕심에 의해 왜곡된 현실이 존재한다.
달이 차면 기울고 뜨거운 태양도 저녁이 되면 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오늘의 2030세대는 내일의 기성세대가 돼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다. 기득권에 의해 왜곡된 현실을 바르게 펴고 정당하게 노력한 만큼 대가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2030세대가 꿈꾸는 사회다. 스스로 노력하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나라,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 함께 나눌 수 있는 나라, 다음 세대가 힘차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후보가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당선만을 위해 나라의 미래는 생각지 않고 국민의 혈세를 물 쓰듯 하는 후보는 그 자신이 기득권자로서 2030세대의 미래를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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