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시 응모작은 941편이었다. 작년에 비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동시 부문에 응모했다. 동시 창작가가 늘고 있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응모작을 읽으며 동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소재의 빈곤, 발상의 신선함, 사유의 깊이를 갖지 못한 작품이 다수였다. 신춘문예는 새로운 목소리의 탄생을 기대하는 열망이 있다. 자기 목소리를 담으려는 치열함이 엿보이지 않고 '동시'라는 고정된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기본적으로 동시도 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똑똑', '수학자의 탄생', '찾았다', '연못 배꼽이 작아질 때', '치치', '뒷면', '가루', '1+1', '갈매기', '마침표'까지 10편이었다. 최종적으로 '갈매기', '가루' 두 작품이 남았다.
'갈매기'는 발상과 시적 태도가 새로워서 좋게 읽었다. 다만 간결하고 힘 있는 전개에 비해 쉽게 결말에 닿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나단 리빙스턴의 '갈매기의 꿈'의 기시감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도 지적되었다. 독창적인 시선으로 더 치열하게 시적 대상을 밀고 가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은 시인으로 다시 만날 것 같다.

'가루'는 동시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무겁게 그리지 않은 점이 좋았다. 오히려 "할머니는 고맙다고/절이라도 하듯/ 점점 구부정해지셨어"라든가. "작아지고/ 조용해지고/ 가벼워져서"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을 '눈송이'로 연결한 점이 인상 깊었다. 점층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시상의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도 돋보였다.
한편으로, 시적 형상화 능력은 뛰어나지만 아이 화자의 작품에 어른 시각이 노출되어 동시의 주 독자인 어린이가 수용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당선작으로 결정한 것은 함께 보내온 작품들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선자의 시적 역량을 믿기로 하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비록 당선작에 들지 못했지만 소중한 작품을 응모해준 분들께도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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