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인간으로 만든 미트볼

79억 세계 인구를 한 덩어리로 뭉치면 직경 982m 크기 구체가 된다는 것을 설명한 그래픽.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 딱 들어맞는 크기다.
79억 세계 인구를 한 덩어리로 뭉치면 직경 982m 크기 구체가 된다는 것을 설명한 그래픽.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 딱 들어맞는 크기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봤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들어앉은 거대 적색 구체다. 사진의 정체는 세계 인구를 한 덩어리로 만들었다고 상상해 만든 그래픽이었다. 79억 명 인류를 한 덩어리 미트볼로 뭉치면 이 정도 크기가 된다는 부연 설명이 있었다.

세계 인구 미트볼은 인간 체중과 밀도 평균치를 각각 62㎏, 985㎏/㎥으로 잡아 도출해낸 것이다. 미트볼의 부피는 4억9천600만㎥이고 직경은 982m이다. 가로 0.8㎞, 세로 4㎞인 센트럴파크에 놓으면 딱 맞는 크기다. 79억 명이나 되는 인류의 몸을 합쳐 봤자 지름 1㎞ 구체 크기밖에 안 된다는 점이 뜻밖이었다. 지름 1만2천㎞인 지구를 농구공이라고 치면 티끌 크기도 안 되는 기생체가 인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자연 앞에서 인류는 미미한 존재다. 인류 전체가 동시에 바다에 뛰어들더라도 상승하는 바닷물 수위는 고작 0.0044㎜이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 토니 E. 웡 수리학 교수가 계산한 값이다. 머리카락 두께(0.05㎜)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덩어리로 만들어 팔공산 앞에 놓았을 때 산 높이도 채 못 가리는 인류지만 무차별적 소비와 개발로 지구 전체 생태계를 되돌릴 수 없게 갉아먹고 있다. 너무나 많은 물건들을 만들고 무책임하게 버린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존 마일로 식품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통계를 내놨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물의 총질량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의 총량(1조2천억t)을 지난해에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인공물의 총량은 자연계 생물 총량의 3%밖에 안 됐다. 문제는 인공물 증가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추세라면 2050~2060년 사이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가 현 수준의 소비를 유지할 경우 조우할 미래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기후학자들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진입을 경고하고 있다. 평균기온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재앙을 되돌릴 수 없는 시기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 오르면 인간이 지구 기후를 통제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른다는 경고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하지만 목하 돌아가는 세계 정세를 보면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면 '인류세(인류가 지구의 지배 종인 시기)의 종언'을 맞을 수도 있다. 이미 기후 위기에 따른 자연 보복의 전초전을 인류는 경험하고 있다. 살인적 폭염과 혹한, 홍수, 가뭄, 토네이도, 허리케인, 산불의 강도가 세지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인류를 고통의 늪에 빠트린 코로나19 팬데믹도 기후 위기와 절대로 무관할 수 없다.

소설 '총, 균, 쇠'의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 문명이 이제 30년도 채 안 남았다고 지난해 역설했다. 예일대 '과학생태학저널'도 산업문명 붕괴가 2040년부터 진행될 것이라는 기사를 지난해 7월 실었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마주할 현실적 위협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다들 남의 일인 양 걱정만 할 뿐이다.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우리는 지금 엄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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