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춘추칼럼] 야권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길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

권력이 커 갈수록 남용하려 드는 약한 인간들, 그들이 대통령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렇게 스스로 약자로 전락했다. 이 정권 들어서도 권력 남용의 그림자가 온 나라에 그늘을 드리웠다. 조국 사태는 그 절정이었다.

그때 한 사나이가 거대 권력에 맞섰다. 칼 한 자루의 검찰총장이 수천 자루 칼을 가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다니! 국민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도 권력에 취하지 않으리라는 표징을 보여주기만 하면 대선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지리멸렬한 야당 대신 그에게 희망을 걸었던 나는 그를 만날 때면 "윤 총장! 당신이 무식한 줄만 알면 대통령이 될 것이오"라고 직언을 했다. 검찰의 우물에서는 출중했다 해도 세상의 바다에서는 턱없이 부족할 터라 겸손하기를 바라서 일부러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정치적 첫 거보는 국민의힘 입당이었다. 수십 명의 의원들이 그를 에워쌌다. 목소리에서도 걸음걸이에서도 권력자의 그림자가 엿보였다. 대통령이 되면 또 어떤 권력 남용의 유혹에 빠져들지 국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세를 넓혀갈수록 그의 빛은 사그라들고 있었다.

가슴속에 품은 비전이 있다면 가득 차올라 그 비전을 내놓기에도 여념이 없을 터인데 정권교체만 부르짖었다. 그것만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입법, 사법을 장악한 거대 여당이 다시 집권하면 또 권력 남용이 행해질 것 아닌가.

나는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게 무슨 힘이 있다는 말인가. 그러다 나도 힘에만 의지하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내 가슴에도 비전이 있다면 힘이 있건 없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권에도 서로 견제할 후보가 있으면 오히려 건강한 후보가 탄생할 것이다. 그래, 안철수를 만나 보자!' 서울시장 도전에 실패해 다소 위축되어 있던 그를 지난 9월 만났다. 그에게 또 한 번 대선에 도전해야 할 이유를 쏟아냈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대체할 후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과학자로 살아온 안철수야말로 첨단과학 시대에 어울리는 지도자가 아니냐. 중도의 지지를 받는 경쟁력 있는 야권 후보가 나오면 윤 후보도 긴장을 늦추지 않아 오히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면인데도 그는 나의 말에 메모도 하며 귀 기울였다. 그에게서 인품이 느껴졌다. 한 달 후 대선 출마 결심을 그가 알려왔다. 그의 장점이 잘 전달되도록 그의 '말'을 바꿀 수만 있다면! 나는 몇 번 그를 만나 솔직하게 쓴소리를 했는데 그는 자존심 챙기지 않고 내 조언대로 '말' 연습에 집중했다. 그에게서 구태 정치인과는 다른 신선한 당당함이 느껴졌다.

얼마 후 나는 그 '말' 코칭 이야기를 글로 썼다. 대통령 후보로서 이미지가 깎인다고 그가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 글을 내지 않으려고 그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오히려 나에게 누가 될까 염려된다고 했다. 나를 안철수 지지자로 볼 거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에만 관심 두는 지식인, 정치인이 많은데 남의 입장까지 배려하는 그가 달라 보였다. '아, 이 사람은 구태 정치인, 구태 언론인과 어울리기 어렵겠구나!'

"나는 윤석열!" "나는 이재명!" 하던 사람들도 요즘 '찍을 놈이 없다'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안철수를 지지하자니 표만 분산될까 봐 야권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없을까? 이제부터 구태의연한 단일화 방식을 벗어던지고 윤과 안이 상호 비방 없이 비전과 정책만으로, 인품과 능력만으로 경쟁하여 창의적인 선거판을 만든다면! 우리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행히 윤 후보가 매머드 선대위를 해체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도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두 후보도 더 성숙해지고 국민들도 더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이보다 더 경쟁력 있는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 길만이 야권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길이 아닐까.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