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형 셉테드와 자치경찰

박동균 대구광역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박동균 대구광역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박동균 대구광역시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대구시 자치경찰제가 실시된 지 7개월여가 지났다. 자치경찰은 아동·청소년·여성 등 사회적 약자 보호, 교통 지도·단속 및 질서 유지, 범죄예방과 생활안전 업무 등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성폭력, 절도, 강도 등의 범죄예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종 범죄예방은 자치경찰의 중요한 업무다.

경찰의 범죄예방 활동 중 주요한 방법은 순찰이다.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도처에서 순찰을 하게 되면 범죄자들은 보통 체포나 발각 가능성 때문에 범죄를 단념하게 된다. 하지만 넓은 구역을 한정된 경찰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순찰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셉테드의 존재가 부각된다.

셉테드(CPTED)는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으로 도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예방 기법을 말한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범죄예방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셉테드는 각종 범죄로부터 피해를 제거하거나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기법이다. 즉,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가해자와 피해자, 대상 물건, 장소들 간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일련의 물리적 설계이다.

1969년 미국 뉴욕시는 치안 상태가 좋지 않았다. 뉴욕시 Port Authority 터미널은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 소매치기범들이 많았고 각종 범죄가 끊이질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터미널 당국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건물 중앙에 있던 사각 기둥을 원형으로 개조해서 소매치기범들이 사각지대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였고, 벤치 형태를 노숙자들이 누워서 잘 수 없게 물통 모양으로 변경했다. 또한 24시간 편의점이나 엘리베이터를 투명 유리로 제작해 외부에서 잘 볼 수 있게 하는 방법, 자연 감시가 가능하도록 아파트 단지 내에 옹벽이나 블록 담장 대신 울타리를 설치하는 방안 등이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의 또 다른 사례들이다. 그 결과 많은 범죄가 현저하게 줄었다.

이른바 사전에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연구된 물리적인 환경설계를 통해서 각종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셉테드는 2005년 경찰청의 '범죄예방을 위한 설계지침'으로 시작했다. 이후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등 전국적으로 셉테드 사업이 확산했다.

자치경찰의 출범과 함께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도 대구도시공사와 MOU를 통해 셉테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생활 안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시민 주도형 환경적 범죄예방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범죄예방 환경설계부터 시민이 주도하는 대구형 셉테드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대구시, 대구강북경찰서, 대구여성가족재단이 협업해서 만든 여성 안전 귀갓길 '샛별로 사업', 대구달서경찰서의 지역맞춤형 자치경찰 주민 체감 사업인 '주민과 함께, 가장 안전한 우리동네 만들기'는 우수 사업으로 평가된다.

골목길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어두운 지역에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하는 것이 셉테드의 한 방법이지만, 설계 초기 단계부터 해당 지역 주민과 함께 기획 및 운영,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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