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과수화상병 막읍시다

김정화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

김정화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
김정화 경상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원국장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주나라 때 편작이라는 전설 속의 명의가 있었다.

편작은 "나는 중병에 걸린 사람을 대상으로 수술을 하고 독한 약으로 치료함으로써 남들이 보기에는 훌륭한 의사같이 보이지만, 저의 두 분 형님은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거나 초기에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병증이 생기기 이전 미리 예견하고 예방 조치를 하는 두 분 형님의 의술을 본인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 것이다.

과수화상병(이하 화상병)은 1780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치료약이 없는 고위험 식물검역병이다. 잠복기가 2∼5년 이상인 관계로 첫 발견된 후 다음 해부터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지난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국내 첫 발견 이후 매년 발생 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청정 지역이었던 경북에도 2개 시·군 12농가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경상북도 사과 재배면적은 2만1천㏊로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화상병을 막지 못하면 막대한 지역의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2만여 사과 재배 농가의 생존이 위협될 수 있다.

그러나 화상병은 다른 세균병과 마찬가지로 발병 요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전염을 확산하는 매개체를 사전에 잘 통제하면 관리가 가능한 식물병이다. 농업기술원은 올해에도 농업인과 함께 화상병 발생을 막기 위해 철저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 1~2월에 화상병의 월동처인 궤양 제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궤양 제거는 화상병뿐 아니라 다른 병해충 예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으로 전체 과수농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둘째, 이른 봄 고위험 과원에 대한 사전 예찰과 차단 방역을 통해 화상병 확산을 막을 계획이다. 화상병 부분 제거 과원, 발생 인근 과원, 동일 작업 과원, 기타 우려되는 과원을 중심으로 예찰과 실시간 검정을 통해 오염된 나무를 사전에 제거하고 강력한 격리 농작업을 실시한다.

셋째, 화상병 발생 예측 모델을 활용해 적기에 약제 방제를 할 계획이다. 사전 약제 방제는 신규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올해는 전체 과원을 대상으로 3회 방제를 할 예정이다.

넷째, 개화기 이후 정밀한 예찰을 통해 감염된 과원에 대한 매몰 조치로 추가 확산을 막을 계획이다. 신속한 매몰 작업은 현재로서는 최선의 확산 방제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업인의 주도적인 예찰과 방역이다.

화상병의 지역 간 확산 원인은 매개원이 사람이므로 전정, 적과 등 농작업 시 철저한 소독과 차단 방역, 그리고 반드시 검정된 묘목을 구입해야 한다. 특히 개별 농장의 재배 환경과 병해충 발생 상황은 매일 관찰하고 관리하는 농가에서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화상병은 관리가 어렵다고 하지만 국가와 농업인이 협력한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고 또한 관리 가능한 식물병이다. 경북농업기술원은 화상병으로 아픔을 겪는 과수농가와 현장에서 고생하는 관계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화상병 예방을 위한 과원 관리 매뉴얼, 백서도 제작해 배포했다. 검역 병해충의 발생 원인과 대응 과정을 분석하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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