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의 고층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는 공사기간 단축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콘크리트의 강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와 비슷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신에서는 이런 상황을 보도하면서 '빨리빨리문화'의 영향이라고 꼬집었다. 영어사전에도 없는 '빨리빨리'는 고도성장시대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속도가 중시되고 다른 것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속도경쟁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한 번의 클릭으로 지구상의 정보를 얻으면서 삶의 편리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우리의 딜레마는 이런 편리함이 우리의 삶에서 조급하고 바쁜 일상을 해방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눈에 다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쳤을 뿐 자연의 아름다운 정경은 자세히 보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제 빨리빨리문화가 주도하는 속도 경쟁에 매몰되어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자아를 관조하면서 느림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 속담에도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바쁠수록 천천히 돌아가야 한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 길이 바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서예는 느림의 미학을 대표하는 전통예술이다. 흔히 붓을 세우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붓글씨는 마음처럼 빨리빨리 되지 않는다. 서예작품은 찰나에 완성되지만 그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느림을 즐기면서 감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컨대 조선의 추사 김정희가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30년이 걸린 일화가 전한다. 그는 7년 후배인 윤정현으로부터 자신의 호인 침계(梣溪)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나라 예서에 '침'(梣)자가 없어서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주었다. 작품 오른쪽에 '침계' 두 글자를 크게 쓰고 왼쪽 8행의 발문에 늦게 완성한 연유를 적었다.
"예서로 침계 두 글자를 쓰려했으나 한비(漢碑)에 첫째 글자가 없어서 함부로 지어 쓰지 못하고 마음에 두고 고민한 시간이 30년인데, 요즘 북조(北朝) 금석문을 보다가 해서와 예서의 합체로 씌어있는 것을 보고 그 뜻을 모방해 오래 묵혔던 뜻을 갚는다."
우리는 이 발문을 보고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 추사의 작가정신을 엿보게 된다. 오늘 따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느림의 미학을 노래한 나태주 시인의 시가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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