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씨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 등 동양 고전은 물론 동학에 대한 그의 강의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이승만 대통령을 두고 "미국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일종의 퍼핏(puppet), 괴뢰"라며 "(이 대통령을) 당연히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말을 들은 뒤부턴 호감이 싹 사라졌다.
얼마 전 김 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두고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했다. 이 후보와 농촌 기본수당, 도시 폐기물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던 중 "하늘의 뜻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 사람이 여기까지 왔겠나"라며 이런 말을 했다. 21세기에 하늘이 내린 사람 운운한 김 씨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곡학아세를 넘어 김 씨의 '이비어천가'에 듣는 사람이 민망하다.
이 후보의 답변도 가관이었다. 이 후보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저번에 말씀하시지 않았나. 소문이 다 났다"고 했다. 겸양을 찾아볼 수 없는 이 후보의 말에 혀를 차게 된다. 끼리끼리 논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안 떠오를 수 없다.
김 씨의 이 후보에 대한 '하늘이 내린 사람'이란 말은 정반대 측면에서 딱 들어맞는 것 같다. 형·형수에 대한 욕설, 대장동 의혹 등 본인은 물론 아들과 조카와 관련 이렇게나 많은 잘못과 흠결을 지닌 사람이 여당 대선 후보가 됐다는 것 자체가 하늘이 내린 사람임을 증명한다. 예전 같으면 후보가 되지 못할 사안들이 넘쳐났는데도 대선 후보를 꿰찬 것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문재인 정권 5년의 국정 실패와 실정으로 정권 교체 여론이 60%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폭락하지 않는 것도 하늘이 내린 사람 주장에 설득력을 키운다. 이 후보가 모셨던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추락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자신의 당선을 정권 교체인 것처럼 포장해 유권자를 현혹하는 기술도 놀랍다.
표만 되면 뭐든 한다고 했다가 불리할 것 같으면 국민을 들먹이며 공약과 정책을 뒤집는 것도 이 후보의 특기다. 아전인수와 적반하장, 남 탓과 궤변을 쏟아내는데도 지지율이 추락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하늘이 내린 사람이 틀림없다. 이 후보에 대한 김 씨의 하늘이 내린 사람 주장은 정반대 의미에서 수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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