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관심과 차별·편견 속에 이방인이 되어 가는 탈북민들

새해 벽두 20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월북하는 사건이 벌어져 파장을 불렀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더 타임즈는 지난 7일 "목숨 걸고 자유의 땅 한국에 온 탈북자가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전체주의 독재국가로 돌아갔다"는 기사까지 냈다. 이 매체는 그의 월북을 놓친 한국군의 무능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월북 동기라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민의 실상을 소개했다.

이 신문 지적대로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취업난 또는 경제난, 차별과 편견, 북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겪으며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 6일 공개한 '2021년 하반기 북한이탈주민 취약계층 조사'를 보더라도 조사 대상자 가운데 47%가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 상당수는 높은 실업률과 알코올 중독,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탈북민 사망 원인 가운데 15%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통일부 자료는 사뭇 충격적이다.

최근 북한인권센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 탈북민 가운데 18.5%가 재입북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제3국으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는 탈북민도 2019년 현재 771명이나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3만 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살고 있다. 목숨을 걸고 자유 체제 국가를 선택한 그들은 우리 사회의 엄연한 일원이다. 그러나 현실의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가혹한 경쟁을 요구하는 모진 세상일 뿐이다.

현재 탈북민 정착 지원 제도로 탈북민 신변보호담당관제(경찰), 거주지보호담당관제·취업지원담당관제(지자체)가 있지만 보고서 작성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허울뿐인 제도로는 탈북민 정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가 탈북민을 돕는 통합사례선정위원회를 전국 최초로 구성키로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탈북민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절실하다. 아울러 시민들도 탈북민을 어엿한 사회 일원으로 따뜻하게 보듬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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