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삭혀 담근 안동식혜, 설날 손님상에서 제맛 나죠"

설을 알리는 안동 향토 음식…예미정, 안동식혜 담그기 시연회 열어
가마솥에 달인 일반식혜와 다른 삭혀 만든 안동식혜

전통방식으로 재현한 안동지역 향토음식 안동식혜와 재료의 모습.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제공
전통방식으로 재현한 안동지역 향토음식 안동식혜와 재료의 모습.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제공

20~30년 전만 하더라도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둔 경북 안동지역에서는 골목마다 무를 써는 도마 소리가 가득했다. 설날 2~3일 전쯤 안동식혜를 담가 달콤 알싸하게 삭히고 설날 손님상에 내려고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안동종가음식체험관은 27일 예미정 본채 상설시연장에서 설을 맞아 '안동식혜 담그기' 시연회를 열었다.

안동식혜는 만드는 방법부터가 대중적 식혜와 차별화된다. 고두밥에다 가로·세로 0.5㎝ 정도로 잘게 썬 무를 잔뜩 넣고 고춧가루 물에 다진 생강을 넣은 후 맥아 가루(엿기름)를 풀고 항아리에 담아 하룻밤 삭혀 식히면 시원하고도 매콤한 안동식혜가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식혜는 엿기름으로 고두밥을 삭혀내 가마솥에 달여서 밥알이 동동 뜨게 만든 달콤한 음료수와 비슷하다.

안동식혜는 만드는 이들의 취향에 따라 하얀 무와 함께 고구마, 당근도 섞어서 노란색, 빨간색도 함께 연출해 내는 등 집안마다 만드는 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맛은 불그스름한 나박김치와 비슷하기도 하고, 밥알도 섞여 있어 냉국밥과도 닮았다. 얼큰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나는데 안동생강의 독특한 향과 발효 유산균이 곁들여져 청량감까지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대중적인 입맛에 맞도록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제조업체도 여럿 등장하면서 겨울철 음료에서 사계절 음료로 거듭나는 중이다.

최미경 안동종가음식교육원장은 "안동식혜는 후식에 적합하나 다과상에 곁들여 내도 좋은 전통 음료"라고 소개했다.

박정남 조리기능장(대경대 교수)은 "안동식혜는 일반 식혜처럼 끓이지 않고 삭혀내서 유산균이 살아 있어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식품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녔다"며 "우리 전통음식으로 주목해야 할 대(代)를 이어온 소중한 음식자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안동종가음식체험관이 27일 안동 예미정에서 설 명절을 맞아 지역 향토음식인 '안동식혜 담그기' 시연회를 하고 있다.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제공
안동종가음식체험관이 27일 안동 예미정에서 설 명절을 맞아 지역 향토음식인 '안동식혜 담그기' 시연회를 하고 있다.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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