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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유기" vs "현실적 최선" 동물보호센터 고양이 방사 논란

안락사 대신 방사 가능... 지난해 12월 관련 지침 개정에 따른 논란
방사 전 TNR 수술 여부도 화두 "수술 가능할 때까지 보호 지침 필요"

대구 한 주택 계단에 앉아 있는 길고양이. 매일신문DB
대구 한 주택 계단에 앉아 있는 길고양이. 매일신문DB

유기 및 유실동물 동물보호센터의 고양이를 안락사시키는 대신 방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운영 지침이 개정된 가운데, '사람 손을 탄 고양이를 방사하는 것은 유기와 같다'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최선'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방사라는 선택지가 생겼지만 생존 환경이 가혹하고 중성화 수술 전 방사에 따른 개체수 증가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유실·유기 동물의 구조·보호를 위해 동물보호센터를 설치하거나 지정하게 돼 있다. 현재 전국에는 약 280개의 동물보호센터가 운영 중이다.

고양이는 보호 동물이 아니지만 다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3개월령 이하의 고양이는 센터에 입소가 가능해 개와 함께 입소 동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을 개정해 '센터에 입소한 고양이 중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고양이로 판단될 경우 즉시 구조한 장소에 방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개정 지침은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고양이는 보호대상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의 개입을 원칙으로 하며, 외상 치료 등 문제가 해소되면 원래 자리로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10일 간의 공고기간 내 살아남은 고양이의 일부는 입양을 가고 센터 자체적으로 보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머지는 안락사시키게 된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구 지역 센터에 입소한 362마리 중 41마리가 안락사 됐다"고 설명했다.

지침 개정으로 고양이들은 안락사를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측은 개정 지침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건강상태나 연령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방사는 또다른 유기와 다름 없다는 차원에서다.

대구유기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방사된 고양이는 이미 자리를 잡은 고양이에게 밀려 사람 근처로 가게 된다. 보호소에서 그랬던 것처럼 밥을 얻어먹으려 할텐데,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민원을 제기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사람에게 접근했다가 학대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양이가 밖에서 적응할지는 개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준서 대구수의사회 회장은 "야생 고양이는 보호소에 며칠 있다고 손을 타지 않고, 길어 봤자 한 달인데 자기들도 살아야 하니 밖에 나가 점차 적응하는 개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가 가능해지면서 현재 별도 지침이 없는 방사 전 중성화수술(TNR) 여부도 여전한 논란이다. 2kg 미만의 고양이는 TNR 대상이 아니라 그대로 방사하게 된다.

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나중에 고양이가 크면 어차피 TNR 대상이 된다. 농림부의 지침을 바탕으로 지자체가 회의를 통해 '중성화 수술이 가능할 때까지 보호하다 수술 후 방사한다'는 구체적 지침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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