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대구 중구 성내동에 있는 '노모뉴'. 평일임에도 방문객들이 많았다. 중고의류를 파는 이 매장은 옷을 대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침체됐던 이곳의 상황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나아졌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의 방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부터다.
권민주 노모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의류폐기물 등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이 많이 찾고 있다. 중고의류 구매나 렌털이 환경을 위한 행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라며 "청바지를 해체해 가방이나 앞치마로 만들고 있는데, 고객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지역 패션업계가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환경과 공존을 시도해 관심이 쏠린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의류 디자인, 제조, 판매까지의 과정에서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환경친화적 방식을 의미한다. 친환경 소재 활용이나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중고패션 등이 여기에 속한다.
◆패션산업 핵심 키워드 '지속가능성'
대구 패션업계는 버려진 원단이나 재활용 섬유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 본사가 있는 코햄체는 비싼 가격이지만 몇 번 입지 못하고 버려지는 웨딩드레스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다. 이곳에서 웨딩드레스의 원단은 가방과 파우치로, 장식품은 액세서리로 재탄생된다. 대형 웨딩드레스 한 벌 기준으로 50개에 달하는 파우치가 만들어진다.
박소영 코햄체 대표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왜 버려진 것으로 제품을 만드냐'는 식의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점차 사회적인 인식이 바뀜에 따라 우리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요즘은 주문 제작을 개인적으로 요청하는 고객이나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기증하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녀복을 재활용하거나 한지 가죽을 사용해 제품도 만들고 있다. 최근엔 선인장, 옥수수를 기반으로 한 '비건 가죽'으로 가방을 제작하는 등 친환경 소재 다변화에 나설 방침이다.
지역 디자이너 브랜드인 시그레이트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의류로만 구성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폐페트(PET)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섬유나 비건 가죽 등으로 만든 의류가 주를 이룬다. 유명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도 잇따라 입점한 시그레이트는 신생 브랜드임에도 지난해 약 1억5천만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최송아 시그레이트 대표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디자인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친환경 패션도 멋지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시, 지속가능한 패션 생태계 구축 추진
대구시는 올해 행정안전부 지역균형뉴딜 공모에 선정된 '페트(PET)병 재활용 그린섬유 플랫폼 조성 사업'을 약 100억원 규모로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추진한다.
섬개연 본원에 올해 12월까지 폐페트(PET)병으로 의류용 리사이클 섬유를 만드는 신형방사설비를 도입한다. 또한 지역의 폐기물 수거업체와 협력해 폐자원 순환경제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수거된 페트병을 한데 모아 리사이클 섬유의 원료를 만드는 게 골자다.
이 외에도 ▷친환경 섬유 소재‧완제품 제조기업 시제품 지원 ▷친환경 인증 및 전문인력 운영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역 패션업계의 특성을 반영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는 규모가 영세하고 다품종 소량생산 중심으로 운영되는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패션업체 관계자는 "친환경 분야로 진출한 지역 패션업체들의 고민 중 하나가 원‧부자재 수급"이라며 "국내에도 리사이클 원단을 생산하는 곳은 많지만, 최소 주문량이 200~300야드 정도라 소규모 업체들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지역 기업에 친환경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그린마케팅트렌드연구소의 김수경 소장은 "지역 패션업계와 친환경 소재업체 간의 간극을 좁히고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가 협의체 등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정보 부족을 호소하는 업체도 많기 때문에 관련 홍보 활동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은아 계명대 패션마케팅학과 교수는 "고탄소업종에 해당하는 패션산업은 그간 과잉 생산으로 환경오염과 자원 파괴를 앞당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지속가능한 패션은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글로벌 패션 기업 역시 친환경 소재의 비중을 늘리거나 헌 옷을 수거해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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