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11> '구수산도서관의 곤충박사들'이 알려준 것들

구수산도서관 사서 이지윤

맷 터너 글·산티아고 칼레 그림, 김지연 역 / 보랏빛소어린이 펴냄
맷 터너 글·산티아고 칼레 그림, 김지연 역 / 보랏빛소어린이 펴냄

방학 때 매일 같이 '곤충' 책을 보러 오는 어린이가 있었다. 책을 척척 찾아 읽고, 독서기록장까지 쓰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 어린이가 데스크로 찾아와 말했다. "사서쌤, 저기 곤충이 들어왔어요!" 도서관 뒤편이 작은 산이라 문을 열어 놓으면 곤충이 들어오기도 했다. 급히 따라가 보니 정말 엄지손가락만한 곤충이 있었다. 어린이가 곤충 이름과 특징을 설명했지만 안타깝게도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른답게 나서서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도 큼지막한 곤충이 무서웠다.

어린이가 말했다. "쌤 이건 해충이 아니에요. 좋은 곤충인데 살려서 돌려보내야겠어요." 나는 어린이가 곤충을 도서관 화단에 놓아주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어른스럽지 못했다는 생각에 머쓱했지만, 앞으로 '곤충 박사'만 믿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에도 '곤충 박사'는 도서관 안에서 곤충을 발견하면 달려와 소개해줬다.

이런 어린이 곤충 박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최강 곤충왕 선발 대회'는 곤충 전문 유튜버 에그박사가 추천하는 책으로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한다. 고화질 확대 사진과 친근한 만화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곤충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곤충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또 있었다. 어린이가 작가가 되어 자기만의 그림책을 만드는 활동을 했는데, 먼저 어떤 주제로 책을 만들고 싶은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어린이가 수줍게 나서더니 '곤충을 무서워하는 사람을 위한 곤충 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이럴 수가, 나를 위한 책이잖아' 싶었다.

어린이는 "우리에게 이로운 곤충이 얼마나 많은데 겉모습 때문에 곤충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어린이 작가의 집필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어린이는 그림에 자신이 없어 힘들어하면서도 소개하고 싶은 이로운 곤충이 많아 곤란해 했다. 우여곡절 속에서 완성된 그림책을 읽으며 나는 '이렇게나 우리에게 이로운 곤충이 많구나' 깨달았다.

황우성 지음 / 비글스쿨 펴냄
황우성 지음 / 비글스쿨 펴냄

도서관은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을 만나 경험하는 세상은 우주만큼 넓다. 안타깝게도 곤충은 여전히 무섭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다시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또 다른 어린이 작가가 쓴 '내 반려 동물은 곤충이야!'에는 본인이 곤충을 키우며 몸소 겪고 깨달은 내용뿐만 아니라 친구에게 전하는 '곤충 키우는 꿀팁'도 담겨 있다. 어린이들이 순수하게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응원하고 곁에서 그 마음과 동행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주는 것. 사서의 일은 그렇게 생명력을 갖는다.

이지윤 구수산도서관 사서
이지윤 구수산도서관 사서

이지윤 구수산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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