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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움직일 수 없는 몸…"이렇게 살면 뭐하나, 더 이상 짐 되기 싫다"

이혼 후 두 아이 홀로 키우다 찾아온 중증 뇌병변 장애…9년째 침대 생활
몸은 갈수록 굳어가고 치아마저 성치 못해…해준 게 없어 자녀와 연락 끊기도

매일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임성준(가명·54) 씨. 배주현 기자

임성준(가명·54) 씨는 여름이 다가오면 좋다. 여름엔 몸을 움직이기가 훨씬 수월하다. 침대에 누워서만 생활한 지 어언 9년 째. 갑작스레 찾아온 중증 뇌병변 장애로 몸 오른쪽은 굳어버렸다.

사실 여름을 그다지 좋아했던 건 아니다. 몸이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 참 좋았다. 일 하느라 바빴지만 찬 기운에 내려앉은 공기, 쏟아지는 눈을 즐겼다. 하지만 이젠 사소한 행복을 느낄 새도 없다.

아무 행복도 없는 삶, 임 씨는 도저히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아빠'

두 아이의 아빠였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아내와 이혼했고 아이와 함께 부모님 집으로 왔다. 노력은 많이 했지만 좋은 아빠가 되지 못했다. 홀로 벌어 아이를 키워야 했기에 인테리어 일을 하던 임 씨는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래도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타지에 있을 때도 학예회나 운동회가 열릴 때면 재빠르게 달려왔다.

완전치 못한 가정의 빈 공간을 임 씨가 다 메우긴 어려웠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 즈음 갈등도 잦았다. 돌이켜보면 뭐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서로가 마음에 묵혀둔 상처들이 아물지 못한 채로 마구잡이로 부딪혔던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임 씨가 해줄 수 있는 건 돈을 벌어오는 것밖에 없었다.

이 악물고 일 했건만 하늘은 참 무심했다. 9년 전 일을 마치고 씻던 중 임 씨는 극심한 두통을 느끼면서 그 길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을 땐 병원 침대였고 오른손과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왜 이러는지' 의사에 몇 번이나 물었지만 임 씨의 입은 움직이질 않았다. 중증 뇌병변 장애였다. 정신은 맑은데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즈음 어머니마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삶의 의지를 포기한 채 2년을 좌절로 보냈다.

정신을 차린 건 딸 때문이었다. 한창 대학교에서 공부할 나이였지만 딸은 임 씨의 병원비를 벌고자 휴학을 했다.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해준 게 없었기에 자녀에게 짐이 되긴 싫었다. 그 길로 악착같이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재활치료도 받았다.

◆"걸어 나가고 싶어요"

그런 임 씨는 요즘 칼을 자신의 팔에 갖다 대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극심한 고통에다 갈수록 삶의 의지를 잃어가면서다.

피나는 노력 끝에 간신히 임 씨는 집에 돌아왔지만 이미 한 쪽 몸이 굳어버린 그는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생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아버지마저 심근경색으로 누워계신 데다 동생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매일 임 씨 집으로 오긴 어렵다. 임 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건 자녀뿐이지만 임 씨는 먼저 연락을 끊다시피 했다. 해준 게 없는 아빠로 더 이상 자녀에게 짐이 되기 싫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지한 채 하루를 침대에서 보내고 있다.

임 씨는 치아마저 성치 못하다. 마비된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려다 사달이 났다. 원룸의 고작 얼마 안 되는 계단을 내려가다 몇 번이나 넘어지면서 앞니, 윗니 모두 다 부러졌다. 얼굴을 아예 바닥에 박으면서도 홀로 일어나지 못해 이웃이 집 밖으로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요즘은 장애인 활동 보조 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계단에 대한 공포는 어느 정도 숙졌지만 돈이 없어 이 치료를 받지 못해 매일 누룽지나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갈수록 몸은 더 굳는다. 침대에 누워 유일한 친구인 텔레비전만 보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인 그는 이렇게 살아서 뭐 하겠냐는 생각만 든다고 했다. 나 홀로 할 수 있는 건 없는데 주변인에게 피해만 끼치는 것 같아 자꾸만 자신이 쓸모없게만 느껴진다.

몸이 괜찮아지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에 임 씨는 그저 바깥으로 걸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내 다리로 땅을 딛고 걷는 그토록 평범한 생활이 임 씨에겐 왜 그리 어렵기만 한 건지 모르겠다. 그런 그는 하염없이 창호지 너무 비치는 하늘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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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암 투병하는 남편과 간질 심한 두 딸 홀로 돌보는 김옥순 씨에 2,764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암 투병으로 경제 활동이 어려운 남편과 간질이 심한 두 딸을 홀로 돌봐야하는 김옥순(매일신문 1월 25일 자 10면) 씨에 2천764만665원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IBS(전병집) 10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김건율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홀로 손자 키우고 있지만 몸이 아픈 라애선 씨에 2,412만원 성금

아들 부부가 맡긴 손자를 홀로 키우고 있지만 몸이 아파 돈을 벌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라애선(매일신문 2월 8일 자 10면) 씨 사연에 49개 단체 223명의 독자가 2천412만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대구시설공단사랑나눔봉사단(김석동) 4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가영 2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성재정공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대흥당약업사(김남화)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청송녹십자의원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태)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신매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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