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훌륭한 나라

국가(政體)(플라톤 지음/ 박종현 역주/ 서광사 펴냄/개정증보판-2018)

얼마 전 대통령 선거를 했다. 이번 대선 주자들도 공약을 다양하게 냈지만, '국민이 잘 살도록 하겠다', '대한민국을 훌륭한 나라로 만들겠다'가 공통점이다. 잠시 생각해 보자. 국민이 잘산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모두 다 부자가 된다, 아니면 교과서에서 배웠듯 자아실현을 마음껏 펼친다? 훌륭한 나라는 또 어떤 나라인가?

2천400년 전 우리보다 먼저 이 논제를 토의한 사람이 있다. 소크라테스와 아데이만토스, 글라우콘이다. '올바름은 도대체 무엇인가'에서 시작하는 논의는 사람의 혼, 통치자 교육, 정치 체제, 철인치자(哲人治者) 등을 아우른다. 이 논의를 플라톤이 기록한 책이 '국가'(政體)다.

소크라테스가 주도하는 대화를 기록한 책이기 때문에 소크라테스 철학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지만, 플라톤 철학으로 봐도 무방하다. 플라톤이 아카데미아(Akademeia)를 세운 뒤 자신의 철학 사상을 정립해 나가는 시기에 기록한 중기 '대화편' 중 하나이고, 플라톤 전집에서 이 책이 차지하는 분량이 18%이기 때문이다.

플라톤 철학 중심을 600여 쪽에 걸쳐 전개하는 만큼 '방대한 책'임은 틀림없지만, '내가 소크라테스 대화 상대자다'라고 생각하면서 맥락에 동참해보면 책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 또 당시 사회·문화·정치에 관한 배경을 각주에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고, 1권에서 10권까지 앞부분에 논의를 요약한 글을 넣어서,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무엇이든 광속으로 해답이 나오는 시대에 철학책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일견 그렇게 볼 여지도 있지만, 그 고리타분함도 결국은 인간 삶과 관련된 문제를 인간이 철저하게 검토하기 때문이다. 길고 긴 검증 과정을 거친 후 집단 지성이 협업으로 내린 결론이라면 인공지능의 '광속 검색' 못지않게 의미 있는 통찰을 주리라.

코로나19 발병 이후 국가 역할이 더욱 중시되는 시점이다. 그 역할과 보호 안에서 국민이 개인의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나라가 훌륭한 나라(kallipolis)이고, 어떤 삶이 잘사는 삶인가. 이렇게 소크라테스 방식으로 생각하기 원하는 독자에게 '국가'(政體)를 권한다.

김준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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