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누나야 배고프다, 밥 먹자" 죽음의 문턱 앞 남동생 말에 정신 번쩍

사업 망하면서 남편과 이혼…두 아들은 떠나고 버림받은 남동생 부부와 함께 살아
가난과 아픔 속 죽음까지 생각했지만 남동생이 붙잡아 "삶의 행복 찾으려 노력 중"

원향미(가명·56·오른쪽) 씨와 남동생 부부. 사회복지시설의 한 상담실에서 모인 이들이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있다. 배주현 기자
원향미(가명·56·오른쪽) 씨와 남동생 부부. 사회복지시설의 한 상담실에서 모인 이들이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있다. 배주현 기자

"손 꼭 붙잡고, 뛰지 말고, 잘 놀다 와"

원향미(가명·56) 씨가 집 현관에서 마흔 살이 넘은 남동생과 올케의 손을 잡으며 신신당부했다. 남동생 원주원(가명·47) 씨와 올케 윤혜림(가명·42) 씨는 '네'하며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손을 꼭 잡고 사회복지관으로 향했다.

원 씨의 동생 부부는 인지 수준이 4세 정도인 심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다. 가족 모두가 돌보지 않으려 했던 동생 부부를 원 씨가 거둬들였다.

그 역시 삶의 낭떠러지에 서 있었고, 이제 그만 스스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를 결심했던 차, 남동생이 원 씨의 목숨을 붙잡았다.

◆빚더미로 한순간에 기울어진 삶

원 씨 남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장녀였던 원 씨는 부모님의 부름을 받고 학교 대신 집에서 동생을 돌보는 시간이 많았다.

부모님은 일한다는 이유로 툭하면 수업 중인 원 씨를 불러냈고, 초등학생 때부터 원 씨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원 씨는 가족을 돌보고 일을 하며 성인이 됐고 결혼도 했다. 택시 기사를 하던 남편과 두 아들을 낳고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조금 더 잘살아 보겠다는 마음에 부부는 고깃집을 시작했다. 남편이 택시를 팔았고 빚을 내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 땅을 샀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오리고기 식당을 준비했던 부부는 그해 태풍 '매미'의 직격탄을 맞았다. 식당 지붕은 내려앉았고 담장이 무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까지 들이닥쳤다.

오리는 모조리 살처분했고, 식당은 제대로 손님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빚더미에 내몰렸다. 그렇게 부부는 각자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을 데리고 갈라섰다.

하지만 삶은 계속 낭떠러지로 내몰렸다. 친정으로 들어왔지만 치매와 심장병을 앓는 엄마, 지적장애 남동생 부부는 원 씨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도 돌봐야 했던 그는 첫째 남동생에게 지적장애 남동생을 돌봐 달라 부탁했지만 돌아온 건 '의절'이라는 대답이었다.

돈을 벌기도 힘들었다. 병원 입원이 잦았던 어머니를 돌볼 이가 없어 기초생활수급비로 매일 버텼다.

◆죽음의 문턱까지

"누나야 배고프다, 밥 먹자." 원 씨는 둘째 남동생이 건넨 이 말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천진난만했던 그 말이 죽음의 문턱 앞에 섰던 원 씨를 붙잡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원 씨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심한 허리 디스크 질환에 근육통을 겪는 희귀질환인 베체트병까지 겪으면서 다시 일어날 힘이 없었다.

결국 함께 있던 아들마저 전 남편 곁으로 떠났다. 넉넉하게 챙겨줄 수 없었던 무능한 엄마였기에 차라리 전 남편과 함께 여유롭게 지내길 바랐다.

"나를 떠나 행복하게 살라"며 아들의 짐을 싸주는 날, 이제 자식과 함께 있지도 못하는 삶이 너무 억울해 펑펑 울었다.

세 식구는 대구의 한 작은 임대 아파트로 이사를 왔지만 피폐해진 마음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원 씨는 남동생 부부와 함께 세상을 등지기로 마음 먹었다. 독극물을 구해 집 부엌에서 만지작거리던 어느 날 저녁, 아무것도 모른 채 거실에 앉아있던 남동생이 배고프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원 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남동생과 올케를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심한 허리 디스크 질환과 근육 통증은 원 씨의 의지를 가로막는다. 얼마 전 가까스로 사회복지시설의 도움을 받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까진 1년 이상 걸린다.

남동생 부부가 살 임대 아파트도 구해야 하지만 보증금도 없다. 원 씨는 아직 아무것도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지만 매일 남동생 부부와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삶의 행복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원 씨는 "하루빨리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벗어나 남동생 부부와 평생 함께 살아갈 카페를 차리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원 씨는 거듭 "동생은 내 삶의 이유"라고 했다. 눈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담긴 눈물을, 입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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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평생을 동생 사고 트라우마에 갇혀 일상생활이 힘든 허아영 씨에 2,136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중학생 때 여동생 사고 목격 뒤 정신 장애 앓으면서 일상생활이 힘든 허아영(매일신문 3월 22일 자 10면) 씨 사연에 2천136만7천88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구병국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강준 3만원 ▷김강현 2만2천원 ▷이서영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이진기 5천원 ▷'허아영씨앞' 1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 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락 끊긴 엄마가 떠넘긴 빚에 시달리는 배지효 씨에 2,358만원 성금

미혼모 엄마에게서 태어난 뒤 평생을 가족 사랑 받지 못하고 살다, 엄마가 떠넘긴 빚더미에 시달리는 배지효(매일신문 3월 29일 자 10면) 씨에 48개 단체 179명의 독자가 2천358만2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찬종) 45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16기 동기회 일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까꾸리웰빙손칼국수(이미숙)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법무사황갑용(황갑용)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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