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수입보장제도'(Minimum Revenue Guarantee·MRG). 1997년 외환위기로 부족한 정부 재정을 대신해 민간자본으로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려는 목적에서 김대중 정부가 1999년 도입했다. 고속도로와 항만 등 공공시설을 민간이 건설한 후 매년 얻는 수익이 예상치보다 적을 경우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 덕분에 초기에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공항철도 등에 민간자본이 들어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MRG는 재앙이 됐다. MRG가 천문학적인 우발 채무를 발생시킨 것이다. 결국 2006년 폐기되긴 했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런 식이면 어떤 투자든 실패하지 않는다. '자기 책임하의 투자'라는 자본주의 대원칙의 정면 부정이다. 더 큰 문제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다. MRG의 돈줄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등 대북 투자도 한때 실패하지 않는 투자로 인식됐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자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 중단에 따른 입주 업체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대북 투자는 남북 관계 변화에 따라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사업임을 몰랐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북한은 2013년 키리졸브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보복으로 2013년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이를 예고했다.
그런 점에서 2016년 2차 폐쇄에 따른 입주 업체의 피해 호소는 설득력이 없었다. 남북한 간의 정치·군사적 충돌에 따라 언제든 폐쇄될 수 있음을 알고 투자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31일 이를 재확인해 줬다. 정부가 대북 신규 투자를 불허하고 투자 확대를 금지한 2010년 5·24조치로 재산상 피해를 입은 개성공단 투자자에 대한 보상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입법 부작위 위헌 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대북 투자는 남북 관계에 따라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자들은 이를 감안해 자기 책임하에 사업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위험이 이미 예상된 상황에서 발생한 손실까지 보상할 입법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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