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대구경북에 '전력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기온이 높은 '폭염'이 예고돼 전력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치솟는 국제 에너지 가격 탓에 공급량을 급히 늘리기 어려워서다.
공급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데다 한국전력이 유례 없는 적자를 기록 중이라는 점도 문제다.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할 형편이지만 이미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가 처한 딜레마다.
세계 각국은 계속되는 폭염에 전력 수급 불안으로 '블랙아웃'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과 인도, 남부 유럽 등은 지난달 이미 섭씨 40도(℃)를 넘을 정도로 이례적인 폭염을 맞았다. 파키스탄, 미얀마 등 남아시아는 이미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었다. 전력 수요가 치솟는 여름철을 앞두고 일찍 찾아온 폭염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력 공급난이 겹친 형국이다.
대구는 올해 '대프리카' 명성을 재확인할 전망이라 전력난 우려가 크다. 대구기상청은 이달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대구경북 기온이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80% 이상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1~23일 대구는 낮 최고기온 평균 31.5도 찍으면서 예년 평균기온 26.4도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비해 공급 여건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력 수요는 5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예비율도 지난달 23일 12.4%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공급 예비율 마지노선이 10%인 점을 고려하면 곧 전력 공급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7조8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은 급기야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업계는 한전 정상화를 위해서는 ㎾h당 적어도 33원 이상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결단을 내리거나 한전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며 "두 결정 모두 정치적인 후폭풍이 우려되지만 지금 상황을 그대도 내버려둘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관심은 3분기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오는 20일 정부 결정에 쏠린다. 마땅한 방법이 없는 정부가 결국은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은 사회취약계층에게 더 직접적 부담이 되는 문제여서 인상 폭을 조절하거나 다른 부담을 줄여주려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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