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모(31) 씨는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 발포주를 산 뒤 집에서 과자 등 안주와 곁들여 마신다. 알코올 도수가 일반 맥주와 비슷해 적당히 마시면 취할 수 있는데, 가격은 훨씬 저렴해서다. 임 씨는 "기존 맥주만 마시다 발포주를 처음 구매했을 땐 싱거운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저렴해 자주 애용하다 보니 발포주 자체의 맛에도 매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찾은 한 편의점의 맥주 매대엔 일반 맥주와 발포주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대부분 일반 500㎖ 캔맥주들은 2천원 후반대 가격 딱지표가 붙었지만 발포주들은 1천원 중반대 가격으로 가격 차이가 확연히 구분됐다. 편의점 직원은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20~30대들이 발포주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했다.
발포주가 고물가 시대에 떠오르고 있다. 일반 맥주보다 저렴한 '가성비 맥주'로 알려지면서 고물가에 긴축에 나서는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어서다. 무알콜 맥주와는 달리 일반 맥주처럼 도수가 4~5도로 비슷하다. 최근 들어 여러 주류 업체들이 발포주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습관과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발포주가 어떤 건가요
14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는 3천600억원으로 2019년(2천억원) 대비 80% 정도 커졌다. 맥주 시장이 같은 기간 5조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10% 쪼그라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는 올해 신제품을 처음 선보이는 주류 업체가 나오는 까닭에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포주는 맥아 비율이 10% 미만이어서 주세법상 '기타 주류'에 속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맥주의 주세율은 72%이지만 발포주는 이 탓에 주세율이 30%만 붙는다. 맥주와 맛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더 저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편의점에서 파는 발포주 1캔(500㎖ 기준)은 일반 맥주 1캔 가격의 40% 정도 더 저렴한 수준이다.
◆주류 업계, 발포주 잇따라 출시 중
지난 2017년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라는 발포주 맥주를 국내에 처음 출시한 뒤 지금까지 5가지 종류의 발포주를 선보였다. 당시 8캔당 1만원에 내놓으면서 '맥주 4캔=1만원'이라는 공식을 깼다. 이후 '필라이트 후레쉬'(2018년), '필라이트 바이젠'(2019년), '필라이트 라들러'(2020년), '필라이트 자몽'(2021년) 등 매년 필라이트 시리즈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누적 12억 캔이 판매됐다.
오비맥주는 2019년 발포주 맥주 '필굿'을 내놓은 이후 최근 맥아 대신 현미·보리·호밀 등 다양한 곡물을 사용한 프리미엄 발포주 '오엠지'를 선보였다. 오비맥주 대표 캐릭터 '랄라베어'가 캔에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필라이트나 필굿 등 기존 발포주 가격(1천600원·500㎖)보다 400원 더 비싼 2천원에 유통되고 있다.
신세계L&B도 지난 4월 발포주 브랜드 '레츠'를 출시하면서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레츠는 출시 3개월 만에 81만 캔이 팔렸다. 최근엔 가정에서 가볍게 즐기기 좋게 330㎖의 소용량 제품도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 트렌드로 정착되면서 발포주의 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다. 1~2개 브랜드만 유통되던 발포주에서 최근 새로운 브랜드들이 출시되면서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가성비 조금씩 잃는다는 지적도
다만 최근 물가가 뛰면서 발포주도 6캔에 1만원이 된 탓에 가성비를 조금씩 잃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20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과세 방식이 바뀌는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4~6캔에 1만원 하는 수제맥주가 속속 나오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가성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예전에 1만원을 주면 4캔 더 살 수 있는 게 지금은 2캔만 더 살 수 있는 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성비 측면에서 수입맥주, 수제맥주와의 간극이 좁혀져 가격 경쟁력이 예전 수준보다는 낮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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