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펫팸족 겨냥 '반려동물 동반' 숙소 열풍…올 여름은 호캉스? 캠핑?

댕댕이 취향 따라 간다…여름휴가 '펫캉스' 인기
더위 약하면 '애견동반호텔', 활달한 성격이면 '캠핑장'

호텔에 마련된 반려동물 공간에서 봄이가 활짝 웃고 있다.
호텔에 마련된 반려동물 공간에서 봄이가 활짝 웃고 있다. "여기가 내 자리죠? 멍멍"

"이번 여름휴가는 경북으로 가자!" 여행지를 정했으니 다음은 숙소 예약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견이 갈린다. 쾌적한 환경에서 푹 쉬다 오겠다는 호텔파와 준비하기 귀찮더라도 자연에서 즐기다 오겠다는 캠핑파. 8살 스피치 봄이와 3살 푸들 연두는 청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이른바 '펫캉스' 열풍이 불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 매출이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숙박업체 호텔스닷컴은 모바일 및 웹사이트에서 '반려동물 동반' 숙소에 대한 검색량이 21년 기준 전년 대비 24%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려동물의 선택권도 덩달아 넓어졌다. 숙박업계는 경쟁하듯 다양한 반려동물 동반 숙박 상품을 내놓고 있다.

◆ 더운 날씨에는 호캉스가 최고에요 멍멍!

8살 봄이는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탄다. 무더운 여름에는 좋아하는 산책도 마다한다. 또 사회성이 좋지 않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구석으로 피하거나 견주 다리 뒤로 숨어 버린다. "봄이에게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고 가족끼리 조용히 쉴 수 있는 호캉스가 딱이더라고요" 대구 남산동에 사는 견주 한준혁 씨는 이번 여름 휴가로 호캉스를 선택했다. "청도 군파크루지 근처에 애견동반호텔 '군파크호텔'이 새로 생겼다고 하길래 예약해서 와봤어요"

반려동물 동반 호텔
반려동물 동반 호텔 '청도 군파크호텔'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샤워 가운이 제공된다.
반려동물 가구 사이에서도 전망 좋은 호텔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다 가는 호캉스가 인기다.
"주인님 침대에서 같이 자도 될까요?"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호캉스를 만끽하는 봄이.

객실에 들어서니 반려동물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반려동물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안락한 집이 준비돼 있다. 배변통과 밥그릇, 탈취제, 털 제거용 돌돌이도 제공된다. 일반 목욕 가운 옆에 걸린 앙증맞은 반려동물 전용 목욕 가운도 눈에 띈다. 반려동물 동반 호텔답게 객실 곳곳에 강아지 그림도 걸려있다.

시원한 객실이 마음에 드는지 봄이가 침대 위로 올라가 몸을 부비적 댄다. 그런 봄이를 견주가 번쩍 안아 든다. "봄아~ 내가 너 때문에 전망 좋은 이 객실을 선택했는데 우리 바깥 풍경 감상하자~" 뚫려있는 창 너머 청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무더운 날씨에 밖에 나가지 않고도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니. 봄이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인다.

청도 군파크호텔 옥상에 마련된 반려동물 놀이 공간. 잔디 위에서 봄이가 신나게 뛰어 논다.
반려동물 가구 사이에서도 전망 좋은 호텔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다 가는 호캉스가 인기다.

시원하고 쾌적하기는 한데 반려동물 휴가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도 좀 뛰어놀아야 하지 않나요? 아무리 봄이가 더운걸 싫어한다고 해도.." 조심스러운 기자의 질문에 견주가 머쓱한 웃음을 짓는다. "이 호텔에는 부대시설도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옥상에 올라가 봅시다"

청도 군파크호텔 옥상에는 샤워 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 곳에서 반려동물은 시원하게 목욕을 할 수 있다.
청도 군파크호텔 옥상에 마련된 반려동물 놀이 공간. 잔디 위에서 봄이가 신나게 뛰어 논다.

호캉스의 묘미는 부대시설이 아니겠는가. 옥상으로 올라가자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 위로 봄이가 뛰어간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만 논다는 봄이에게 루프탑 정원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루프탑 옆에 반려동물 전용 목욕 공간도 마련돼 있어 시원한 물로 개운하게 목욕할 수 있다.

연두는 친구와 캠핑가는 것을 즐긴다. 청도 원더랜드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푸들 두 마리
청도 군파크호텔 옥상에는 샤워 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 곳에서 반려동물은 시원하게 목욕을 할 수 있다.
데크 두 개를 빌려 두 가족이 함께 캠핑을 즐기고 있다. 캠핑은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헥헥~ 뛰어 노니 땀 나네요 주인님 씻겨주세요" 샤워실 안에 들어간 봄이가 견주를 쳐다보고 있다.

뛰어 놀고 목욕까지 하고 나니 배가 슬슬 고파진다. 그럴 때는 반려동물용 간식 자판기에서 특식을 즐기면 된다. 반려동물용 자판기에는 애견 사료를 비롯 다양한 간식이 비치 돼 있다. 자판기에 카드를 대고 원하는 간식을 선택하니 1초 만에 음식이 툭 하고 나온다. 밥도 든든히 먹었겠다 봄이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 진다. 봄이는 객실에 돌아오자 마자 침대에 뻗어 잠이 들었다. "시원한 호텔에서 서비스 즐기며 푹 쉬는 게 여름 휴가지~ 멍멍~"

청도 원더랜드 캠핑장 안 더블데크 모습.
연두는 친구와 캠핑가는 것을 즐긴다. 청도 원더랜드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는 푸들 두 마리

◆ 맘껏 뛰놀 수 있는 캠핑이 더 좋아요 멍멍!

3살 연두는 친한 친구가 있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견종도 같다. 땅에 뒹굴고 뛰어놀기 좋아하는 점도 똑 닮았다. 연두에게 여름휴가란 친구와 함께 뛰어노는 것이다. 경북 경산에 사는 견주 김종현 씨는 연두를 위해 여름휴가마다 캠핑을 다니고 있다. "캠핑의 장점하면 펫팸족(펫+패밀리 합성어)이 함께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죠. 더블 데크(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를 빌려 텐트를 두 개 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즐기면 되니까요" 연두는 이번 여름 청도 원더랜드 캠핑장으로 휴가를 떠났다.

캠핑장에서 3번째 생일을 맞은 연두.
데크 두 개를 빌려 두 가족이 함께 캠핑을 즐기고 있다. 캠핑은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도 원더랜드 캠핑장 안 더블데크 모습.

반려견 전용 캠핑장에 들어서자 공간마다 개별 울타리가 쳐져 있다. "반려견들끼리 싸울 수도 있고, 혹시 모를 사고를 막고자 설치된 것 같아요" 개별 울타리만 넘어가면 자연이 펼쳐져 있다. 연두는 친구와 함께 흙냄새를 맡으며 맘껏 뛰어논다. 데크 뒤쪽 나무에서 소변도 시원하게 눴다. 영역 표시를 마친 연두의 표정이 개운해 보인다. 하지만 흙범벅이 된 연두의 모습에 종현 씨는 한숨을 내쉰다. "연두야~ 여기서는 씻을 수도 없는데.. 꼴이 이게 뭐냐~" 목욕 공간이 있지만 꼬불꼬불 연두의 털을 말려줄 드라이어기 까지는 없다.

"헥헥~ 캠핑은 덥긴 더워요 멍멍" 야외 캠핑은 더위를 동반한다. 놀다가 지쳐 쓰러진 연두.
"시원한 쿨링티 입으니까 살 것 같아요 멍멍" 여름 캠핑을 떠날 때 반려동물 체온을 낮춰주는 아이스 쿨 티셔츠는 필수다.

더운지 헥헥대는 연두에게 종현 씨가 티셔츠를 입힌다. "더운데 옷을 왜 입히나요" 기자의 질문에 종현씨가 자랑스럽게 답한다. "그냥 티셔츠가 아니에요. 아이스 쿨 티셔츠인데요. 자외선을 차단해 주고 이걸 입히면 체온이 내려가요" 날이 어둑해지자 종현 씨가 분주해진다. 캠핑의 묘미 바비큐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견주들이 목살을 굽자 연두와 친구는 뛰어노는 것을 멈추고 다가온다.

사람 음식을 먹지 않는 연두에게는 습식 캔 사료가 배식됐고, 같이 온 친구는 운 좋게 목살 한 덩어리를 얻었다. 이 또한 캠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식 아니겠는가.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사료도 캠핑 오면 어찌나 잘먹는지, 식욕을 돋우는 것도 캠핑의 또 다른 장점인 것 같아요(웃음)"

"우리 텐트 어때요?" 텐트 옆에서 연두가 자연의 냄새를 맡고 있다.

덥고 벌레가 많아도 연두에게는 캠핑이 딱이다. "뛰어노는 것 좋아하고, 친구도 좋아하고. 강아지도 표정이 있거든요. 캠핑을 다녀오면 연두 표정이 너무 즐거워요" 연두가 피곤한지 하품을 쩌억 한다. 하지만 부스럭대는 소리와 다른 텐트에서 들려오는 강아지 짖는 소리에 연두의 눈이 다시 떠진다. 야외이다 보니 소음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시 잠을 청하는 연두의 표정이 밝다. 언제든 뛰어놀 수 있다는 기대에 찬 눈망울 같기도 하다. "흙냄새 맡고 자연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캠핑이 최고야 멍멍!"

캠핑장에서 3번째 생일을 맞은 연두. "엄마 아빠~ 캠핑장에서 생일파티 해줘서 고마워요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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