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당시부터 주민 의견 수렴 부재, 수의계약 등으로 뒷말이 무성했던 대구 서구의 그리팅맨이 건립된 지 1년이 지나도록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거부감을 드러냈고, 뒤늦게 조례를 수정한 서구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5일 오전 이현공원을 찾자 푸른색의 그리팅맨이 눈에 띄었다. 그리팅맨은 서구청이 지난해 9월 사업비 2억2천만원을 들여 서구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친절과 배려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아 설치한 공공조형물이다.
산책하던 김모(52) 씨는 "친환경적인 이현공원에 거대한 인위적인 그리팅맨은 너무 이질감이 든다"며 "마음 같아서는 아예 철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모(69) 씨 역시 "대다수 주민들이 그리팅맨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표한다"며 "인적이 드문 새벽이나 밤에 보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반해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진행한 이현공원 홍보관련 SNS 이벤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던 것이 그리팅맨이며,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서도 이현공원의 그리팅맨 관련 언급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리팅맨에 만족하는 주민들도 꽤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팅맨은 건립 당시부터 적절한 절차 없이 사업이 진행됐다며 논란이 많았다. 조형물 설치에 관한 심의위원회는 요식행위에 그쳤으며 주민들의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계약 역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진행된 탓에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논란이 잇따르자 서구청은 지난 4월 공공조형물 설치에 관한 조례를 수정했다. 바뀐 조례에 따르면 심의위원을 구성할 때 반드시 주민대표, 서구의원, 공공조형물 관련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하고, 주관부서는 건립 예정 장소, 작품의 적정성 등이 포함된 주민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바뀐 조례를 바탕으로 심의위원회를 개최했고, 앞으로도 개정된 조례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인정하고 만족할 수 있는 공공조형물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공조형물에 대한 논란은 그리팅맨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경북 군위군은 지난 2016년 6억9천500만원을 들여 지역의 특산품인 대추를 홍보하기 위한 대추 모양의 공공조형물을 설치했지만,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에서도 지난 2017년 '슈즈 트리'라는 이름으로 운동화, 구두 등 다양한 헌 신발 3만 켤레를 나무 형상으로 만든 공공조형물이 세워졌지만, 흉물스럽고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빗발쳐 결국 철거된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치 있는 공공조형물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창기 영남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공공조형물이 가지는 가장 큰 가치는 그 지역, 혹은 장소를 대표할만한 정체성, 상징성, 공공성 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예술적인 가치 혹은 시각적 만족도는 그다음 순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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