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제철소 정상화 지연 우려에 철강재값 꿈틀…대구 철강업계 ‘철강재 리스크’ 현실화

주요 철강재 유통가격 올라, 지역업계 재고 비축 나서
자동차부품업계 반도체 난 이어 철강재 난 직면…‘포스코 공구’ 일정에도 차질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밤낮을 잊은 채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설비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밤낮을 잊은 채 침수 피해를 크게 입은 압연지역(후판공장) 지하설비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를 입으면서 철강재 공급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구지역 철강업계는 철강재값 상승에 대비해 재고 비축에 나서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조만간 포스코발(發) '철강재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3개월 내 포항제철소를 정상화하고 광양제철소 대체 생산을 통해 철강재 공급량을 유지한다는 각오지만, 이미 유통시장에서는 주요 철강재 가격이 꿈틀거리며 '스틸플레이션'(스틸+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셋째 주 열연 유통가격은 광양제철소 대체 생산 계획에도 톤(t)당 110만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10% 상승했다. 후판 가격은 지난달과 같았지만, 수입가격이 전월 대비 16.7% 오른 105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테인리스스틸(STS)과 철근 가격도 소폭 올랐다.

이처럼 철강재 가격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대구지역 기업들은 서둘러 재고 비축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에서 STS, 전기강판 등을 사들여 재압연한 뒤 자동차부품업체·전자업체 등에 판매하는 대구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역업계는 보통 철강재 재고를 1개월에서 1.5개월분을 확보하지만, 포항제철소 피해 이후 최소한 3개월 치 재고는 확보하려는 분위기"라며 "지금 당장은 피해가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다음 달이 되면 피해가 체감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철강재 리스크의 여파는 자동차부품·전자·건설업 등 후방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부품업계는 반도체 공급난이 다소 진정된 뒤 곧바로 철강재 공급난에 직면했다.

대구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점차 생산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오래간만에 어깨를 펴나 했는데 포스코 침수 피해로 이런 기대가 꺾인 상황"이라며 "결국 철강재 공급난은 완성차 업체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인데, 이로 인한 시장 수요 감소로 지역 협력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기업들의 '포스코 공구'(공동구매)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은 조합사들의 신청을 받아 포스코에서 주물용 선철을 공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번 사태로 위기를 맞았다.

조합 관계자는 "주물용 선철은 성분 배합이 예민하고 까다로워 포스코 측으로부터 11월부터는 출고가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연말이면 선철 재고도 바닥나는 상황"이라며 "다음 달까지는 재고 비축분으로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언제쯤 선철을 정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포스코는 이달 말까지 2전기강판공장과 1냉연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내달 중 1열연과 2‧3후판, 11월 중 1‧4선재와 2냉연, 12월 초 3선재, 스테인리스 2냉연과 2열연공장 등을 재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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