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피아노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독창회가 있었다. 반주는 내가 하고,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성악 전공자가 아니고 수성구 지산동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켜드리고 있는 한 내과의사다. 그는 매주 수요일 오전 진료만 하고 오후엔 성악 렛슨을 받으러 다닌다. 그렇게 노래를 공부한 지 22년 만에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독창회를 갖는 것이다. 이수인 시·곡 '내 맘의 강물'에서부터 베르디와 푸치니의 유명 오페라 아리아에 이르기까지 그는 전문 성악가 못지 않는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동료 의사 친구들은 중창으로 우정 출연도 하였다. 화려한 무대에서 펼치는 전공자의 음악을 듣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도대체 음악이 무엇이길래 그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도록 노래를 부르고 부른 것일까.
괴테는 말한다. 인생에서 향유할 수 있는 기쁨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음악이다. 이는 지적인 흥미를 주고, 정신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만들어 지친 마음을 회복시키며, 창조 활동의 직접적 영감을 준다는 것. 괴테에게 음악과 문학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성악가인 어머니와 플루트를 자주 연주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피아노와 첼로는 물론, 성악을 배우며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것을 자연스레 즐기면서 성장하였다. 그는 콧노래로 흥얼거리며 시를 쓰고, 음악을 들을 때만이 최상의 작품을 쓸 수 있다고 고백한다. 다시 괴테는 말한다. 시를 '그저 읽지만 말고, 한결 같이 노래하라!'. 피아노 앞에 앉아서 시를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괴테의 명작들은, 그러니까 음악 속에서 잉태되고 창조되며 완성된 셈이다.
30년 가까이 매일 아침 병원으로 출근해 당뇨와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때로는 할머니들이 늘어놓는 사적인 이야기까지 들어주어야 하는 동네 의사의 일은 집중과 에너지를 요하는 직업일 것이다. 모든 일에는 나름의 고충이 없진 않겠지만, 하루 종일 크고 작은 환자들을 대하는 의사라는 직업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아마도 내가 아는 내과 의사는 자신의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해 노래를 불렀으리라. 병의원 문을 벗어나는 순간 아리아의 고음을 내지르며 답답한 속마음을 풀고 노래로 기쁨을 누렸으리라. 우정 출연한 친구 의사는 멋진 말을 한 마디 남긴다. 예술은 즐기는 자의 몫이라고.
"수많은 날을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 날 그 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새파란 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바람 모진 된 서리/ 지나간 자욱마다 맘 아파도/ 알알이 맺힌 고운 진주알/ 아롱아롱 더욱 빛나네/ 그 날 그 땐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이수인, '내 맘의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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