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 이 땅의 많은 대학이 어렵다.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명문 대학원에서조차 입학 지원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2021년 학부생의 석사 진학률은 9.6%로 10만여 명, 박사는 2.8%로 약 3만 명에 불과하여, 많은 대학원의 연구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원의 위기는 학문 공동체의 위기라 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세대를 넘어 지식을 발견·창조하고 전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대학원의 위기 상황이 학생 입장에서는 외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학마다 자교생이 대학원에 오겠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업고 다니려 한다. 고급 인력 구인난, 직업 세계의 급변에 더하여, 다양한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 등을 고려하면 대학원 진학은 가성비 높은 도전이다.
팬데믹 시대에도 가히 '퀀텀 변화'라 할 만큼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경제·사회·교육의 모든 영역에서 빠르고 폭넓은 변혁이 이뤄지고 있다.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또는 'MANT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알파벳) 등이 낯설지 않은데, 10~20년 후 현재의 직업 가운데 절반쯤이 사라지고 이러한 첨단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중심으로 일자리 체제가 개편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급격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대학(원) 교육의 변화 필요성 또한 절실하다. 청년 세대가 맞이할 격변에 대하여 100% 확실한 예측과 처방을 내놓을 수는 없으나, 대학원 진학을 통한 첨단 인재로서의 성장이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대학원 진학의 장벽 중 하나가 돈 문제인데, 그런 걱정의 필요성이 확 줄었다. 예컨대, BK21 등 국책사업에 따른 재정 지원이 문·이과를 막론하고 제법 풍성해졌다. 사업단 학생들의 경우 교내외 장학금(박사 월 130만 원·석사 월 70만 원)은 기본이며 부가적 지원도 매우 다양하다.
전공에 따라서는 웬만한 중견기업 이상의 보상을 받으며, 첨단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연구 환경, 대학원생 복지도 예전과 비교할 바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2021 고용형태별 근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인 대학원 졸업자는 학부 졸업자에 비해 임금 총액이 시간당 약 1만3천원이 더 높다.
취업이나 단기적 진로를 생각하기 이전에 학문 추구 자체가 멀리 보아 커다란 의미가 있다. '자아 실현은 교육받은 이들의 궁극적 목표이며, 삶 그 자체가 오랜 기간의 대학원 생활'(David Brooks, NYT)이라고도 한다.
1088년 설립된 첫 근대 대학이라 할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에서는 처음부터 수백 년간 대학원, 특히 박사 과정이 중심이었으며 자연스레 '학문의 어머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1847년 북미에서는 예일대에서 대학원 편제가 시작되어 박사 학위(Ph.D.)가 처음 수여된 이래 현대의 연구중심대학 체제로 진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이후 모든 것이 한꺼번에 도입되었는데, 예로 1946년 서울대, 1949년 고려대, 1953년 경북대 등에서 대학원 편제가 출발, 오늘에 이른다.
취업난에 견주어 구인난을 거론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대퇴직'(The Great Resignation), 즉 비대면 문화를 경험한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현상이 흔한데, 고급 인력의 선택지가 늘어난 까닭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의하면, 우리나라 25~34세 청년층의 대학 졸업률은 약 70%로, OECD 38개국 중 1위였다. MOOC, 유튜브 등 다양한 교육 수단이 있더라도 학부를 넘어서는 대학원 교육의 정당성에 의문을 가질 이유가 많지 않다.
정부의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은 대학원 전문 인력 양성의 의지이기도 하다. 반도체 분야의 최고 인력도 결국 대학원에서 배출될 것이다. 필자 소속의 경북대는 2022년도 대학원 혁신 평가에서 국립대 1위를 차지했는데, 학·석사 및 석·박사 연계 과정 확대, 대학원 오픈랩, 입학상담주간, 동문 선배 릴레이 멘토링 등의 수단으로 대학원 진학을 돕고 있다.
대학원생이 돼 스스로 그어 놓은 경계를 넘어보시라. 노르웨이의 탐험가이자 역사학자인 토르 헤위에르달이 근사한 말을 했다. "경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만 일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런 게 존재한다는 얘기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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