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현재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진행 중인 '파랑새(블루 버드)' 전시에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독일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들은 현재 코로나19란 팬데믹과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과하다 싶은 정도로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쓰레기 분리수거 등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달라졌고, 모든 국민이 조심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대구예술발전소에서 현재 진행 중인 '파랑새'전시는 프랑스의 전시기획자와 공동으로 기획한 것이다. 프랑스 기획자에게 현 프랑스 혹은 유럽미술계의 쟁점 혹은 젊은 작가들의 경향을 반영한 전시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작가들을 각각 추천해 전시를 기획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프랑스 기획자는 환경 문제이자 기후 변화 등을 예로 들며 '자연과 동물'이란 주제를 제안했다. 현재 '동물과 자연'이란 주제가 프랑스에서는 미술계의 최전선으로 돌아왔고, 작가들이 바라보는 자연과 동물의 모습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세계이자 대상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이다.
사실 생태에 관한 고민과 환경 문제는 몇 해 전부터 국내외 미술계의 주제로 몇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그만큼 환경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 전시는 환경 문제나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만을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현상을 드러낸다. 자연과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자연, 동물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작가의 시선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로 전개된다.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면 우리가 어떻게 자연 혹은 식물을 소비하고, 때론 인공정원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고 가두려고 하는지 혹은 자연이란 대상인 동식물을 통해 우리의 삶을 은유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겠다.
미술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반영이다. 과거 산수화는 그 지역의 지리적 풍토나 지세에 영향을 받았다면, 현대미술은 현재성과 장소성을 투영해 때론 비판적이고 시적으로 우리의 삶을 은유한다. 바로 전시란 확장된 무대에서 작가들의 시각적인 자료를 통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2008년 개봉한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E(WALL-E)가 떠오른다.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미래의 지구에 남겨진 청소부 로봇 월-E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환경 문제를 접하고,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을 마주하면서 죄의식을 느끼지만, 딱히 큰 대안이 보이질 않는다. 나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의 좀 더 적극적인 고민과 실천이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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