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국의 월드컵 굴기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전 세계가 카타르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구사하면서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대도시를 사실상 봉쇄한 중국에서 월드컵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을 꺾은 다음 날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당시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던 리톄(李铁)를 감찰 조사하는 등 숙청했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속이 상한 중국 축구 팬을 달래려는 분풀이 조치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으로 월드컵 본선에 자동 진출하면서 본선 티켓을 거저 얻었다. 중국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예선(B조)에서도 10전 1승 3무 6패로 5위에 그쳐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축구광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축구 굴기(崛起)'는 어디로 간 것일까? 시 주석은 2012년부터 대대적인 중국 축구 부흥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2014년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다른 일정을 제치고 맨체스터시티(맨시티) 구단을 직접 찾아갈 정도로 '축구 사랑'을 과시한 바 있다. 시 주석의 축구 굴기는 ▷중국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중국이 월드컵을 개최하는 한편 ▷중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 등 세 가지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의 본선 자력 진출부터 요원하다. 오죽하면 중국 축구 팬들이 "14억 인구 중에서 축구 잘하는 14명을 뽑는 것도 어려운가?"라고 탄식할까. 축구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다. 슈퍼리그를 비롯해서 3부로 운영되는 데다 리그마다 20여 개 클럽이 있다. 유럽의 프로축구 경기는 거의 다 중계방송하고 축구 전문 기자도 1만여 명이나 된다. 축구의 기원은 영국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 중국이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어쨌든 중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 염원 실현을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중미가 공동 개최하는 2026년 월드컵에서나 기대해야 할 것 같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차기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확대함에 따라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이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 축구 지아요우(加油)!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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